-
나의 트라우마 '개' 지인을 만났다. 행사에 같이 참석하는 길이라 그의 차에 동승을 하기로 했다. 내가 먼저 도착을 해서 주차를 해두고 돌아서는데 그의 차가 도착을 했다. 조수석 문을 열다가 기겁을 하고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난데 없는 단말마적인 짖음이 백과사전 크기도 안돼는 강아지로 부..
말(言)의 수난記 군대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경상도 사나이가 군대를 가서 전방에 배치되었다.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서울 출신 군인이 보초를 서고 있는데 뭔가 앞에서 바스락 거리는 것이 아닌가. 긴장한 초병은 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방아쇠에 손을 걸고 깜깜한 앞을 보며 외쳤다. “설탕” “사분..
여자가 된 아이 작년 겨울 방학은 막내에게나 나에게나 특별했다. 이제 아이는 어린이로서는 마지막 방학을 보낸 셈이고 나는 이제 어린이날 선물 걱정에서 해방된 것이다. 추첨을 해서 정해지는 학교 배정에서 원하는 학교가 배정되지 않아 많이 속상해 하던 아이는 베란다에 화분을 보살피며 달랬..
동백꽃 2008 동박새 찾아온 해 질 녘 나는 마침내 꽃이 되었네 한밤 내 꽃으로 피어 바람에 살을 부비다 붉디붉은 땅의 각혈咯血이 되었네 슬픈 삶에는 미련도 한 바가지 여전히 매달린 내 영혼을 눈이 내려 다독이네 ---------------------------------------------------------------------- 날씨가 자꾸 따스해지면..
[디카수필]길에서 해가 뜨고 해가 지다 김 대 근 “뱀이다~ 뱀이다…” 어떤 대학교수가 전 국민을 바보로 만든다는 쇼프로에서 나오는 노래가 알람으로 변해 귓불에 대못을 박는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약속된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만다. 좋지 않은 오른쪽 무릎이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명절휴가..
드럼 깡 난로 김 대 근 입춘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아침공기는 서늘하게 차갑다.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중요한 일 하나는 아침에 출근을 해서 공장을 한 바퀴 도는 일이다. 공장 안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전기난로 앞에 모여서,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스스로 만든 ..
아말감과 금이빨 김대근 자라는 아이들은 자주 충치 치료를 필요로 하게 된다. 1년 전인가 둘째가 충치가 있어 병원에 간다기에 따라나섰는데 치료를 끝내고 충전을 해야 하는데 금으로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내가 아는 지식에 기대어 아말감을 주장했지만 아말감은 제일 싸구려 방식으로 수은..
거시기 장부帳簿 "우리 그 동안 몇 번이나 했지?" "……" "기억안나?" "뭔 소리래요? 뜬금없이……" "아무래도 장부를 하나 만들어야 겠어" "무슨 장부?" "거시기 장부" 내가 생각해도 생뚱맞은 질문이기는 했다. 출장길에서 돌아 와 여장도 풀기전에 던진 생뚱맞은 이 질문에 아내의 궁금증이 가만 있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