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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시기 장부帳簿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7. 12. 20. 09:59

    거시기 장부帳簿

     


    "우리 그 동안 몇 번이나 했지?"
    "……"
    "기억안나?"
    "뭔 소리래요? 뜬금없이……"
    "아무래도 장부를 하나 만들어야 겠어"
    "무슨 장부?"
    "거시기 장부"


    내가 생각해도 생뚱맞은 질문이기는 했다. 출장길에서 돌아 와 여장도 풀기전에 던진 생뚱맞은 이 질문에 아내의 궁금증이 가만 있을리 없다. 다그치는 아내의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스포츠 신문을 내 밀었다. 한동안 세간을 달구고 있는 연예인 부부의 이혼 기사다. 남편은 가수였다가 지금은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유난히 색스러운 발언을 많이 하는 사람이고 아내는 탈렌트로 한때 인기를 구가했었다. 기사의 요지는 이혼소송중인 이 부부의 법정에서의 발언 내용에 대한 것인데 큰 제목이 결혼하고 11년 동안 살면서 거시기를 10번만 했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두번밖에 안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아내는 깔깔거리며 배를 잡는다.


    10번은 했다는 측과 2번밖에 안했다는 측의 편차는 어떻게 된 것일까? 여러가지 짐작이 되지만 대충 어림 잡아 보면 2번은 맨 정신에 8번은 비몽사몽간에 했거나 10번중에 거시기라 할 만큼 제대로 된 거시기는 2번밖에 안된다는 것중의 하나일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부부의 일이란 부부밖에 모르는 일일테니 말이다.


    사실 인간관계가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기대의 편차, 이 편차가 얼마나 큰가 적은가에 따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부간에도 남편이 아내에게 바라는 기대치와 그 반대의 기대치가 서로 상충한다.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겠지만 서로의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속에다 넣고 끙끙대다가 포기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것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가슴의 저 밑바닥 부터 서서히 녹아 마그마처럼 되었다가 어느 순간 펑허고 터지기도 한다. 우리 나라에 황혼이혼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가 조금은 작용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성적인 부분은 더욱 그렇다고 한다. 킨제이 보고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가지 조사를 통하여 분석한 부부관계는 특히나 보수적이어서 부부간에 성적인 부분의 대화를 금기시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적인 호기심과 관심이 상당부분 차지 한다고 하는데 사회관습적인 이유를 스스로 속박해 놓으니 속으로 쌓인 그쪽으로의 생각이 빠져나가지 못한 압력밥솥의 증기처럼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다가 어느 기회가 되면 그 틈을 삐지고 나오는 것이다. 그 임계점이 아마 여자는 40대 중반, 남자는 40대 후반 쯤이 아닐까 싶다. 여자나이 40대 중반이라면 아이들이 부모 건사를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나이로 일생중 가장 큰 스트레스인 육아의 단계를 벗어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자신을 돌아 볼 여유가 생기게 되는데 이 여유의 틈을 눌어놓았던 임계 욕망이 꿈틀대는 것이다. 남자 나이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되면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를 동시에 가지는 반면 은퇴라는 압력이 만만하지 않다. 회사를 다녀도 눈치밥을 먹어야 하고 집에서도 그 동안 일에 매달려 소원했던 가족과의 관계회복이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니 바깥으로 돌 수 밖에 없고 바깥세상은 남자들에 대한 유혹의 늪지대이다.


    언론이나 귓소문으로 들리는 불륜들의 이야기들은 결국 이런 임계욕망이 어떤 틈을 만나 분출하는 행위로 스스로 제어하기엔 힘들다. 길거리의 수 없는 유혹의 늪들은 대부분 남자들의 마음에 틈을 만들어 왔다면 인터넷 채팅사이트들은 여자들의 마음에 틈을 만들어 왔다.


    해결 방법은 마음속 욕망의 임계압력을 낮추는데 있다. 취미를 통해서던 일을 통해서던 욕망의 임계압력을 낮추면 되는데 그런 일에 대하여서 교육받거나 경험하지 못한 오늘 날의 4050세대에게는 쉬운일이 아니다.


    몇년전에 아내와 같이 영화를 보았을때가 떠오른다. 외국 애정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아내는 주인공 남자가 장미꽃 한 아름과 와인을 들고 눈내리는 밤 문을 들어서는 장면이 너무 감동적이라 했고 나는 여자주인공이 보여주는 갖가지 야한 포즈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던것 같다. 이것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 것일까 싶기도 하다.


    그 말을 바꾸어 말하면 여자는 질에 집착하고 남자는 양에 집착한다는 것과 상통할 것이다. 그러니 거시기 장부를 적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적어봄직은 하다.


    "오늘은 장부에 동그라미 하나~"
    "지랄... 반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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