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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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실개천>-능소화삼행詩 2024. 8. 14. 12:02
삼행시-능소화 능소화 실가지 끝마다 전설하나 오롯해개름뱅이 여름이 뭉기적 거리는 사이천 녹색 깊은 골짜기, 마음이 풍덩 빠지다 실낱같은 바램을 부여잡고 산 세월개미취 옆자리 담 아래 삶을 심어 두고천만번 되뇌고 뇌어 그립다, 그립다… 실바람 넘겨보는 황토색 담벼락개복숭아 가지 끝 여름땡볕 걸려있고千日에 기다림 쌓여 깊고 깊은 주홍빛 되었네 ---------------------------------- 그리스 로마 신화속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가 불의 창을 마구 마구 쏟아내는 여름이다. 밤이라고 기온이 좀 떨어지지도 않는다. 거의 재앙수준이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다보니 냉방병이 염려될 정도인데, 가끔 현장에 나가보면 숨쉬기도 버거운데 현장 직원들의 노고게 감사함을 느낀다. 휴일날 운동삼아 동네 나들이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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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대피소> 여름소경2024삼행詩 2024. 8. 10. 10:49
삼행시 여름小景2024 배롱나무 대로변 포도鋪道위 꽃 그림자 양산陽傘하나 피곤해진 바람도 쉬어가는 나무밑 소나기 한 웅큼 쏟아 꽃비가 내리다 개망초 대님 묶듯 갈무리된 백이십 년의 망향 피눈물로 살아온 애니깽, 전설이 피다 소갈증 이리 깊어서 낯빛조차 하얘졌네 봉선화 대롱 끝 세상을 등에 업고 조는 잠자리 피둥피둥 살이 오른 어느 더운 여름날 소쩍새 울음 한 덩이 분홍 꽃 잎에 맺히다 옥수수수염 대울타리 채마밭, 햇살도 선정禪定에 들고 피라미 구름 흘러가는 서쪽엔 무엇이 있나 소소한 샛바람 와서 빗질하는 옥수수수염 벅수 대숲아래 성황당 매달려 흔들리는 바램들 피나무 그늘로 여름이 숨어들고 소나무 피워낸 바람, 세월의 이끼로 앉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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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여우비>- 2023봄 목포삼행詩 2023. 4. 10. 22:34
삼행시 - 2023봄 목포 -목포로 가는 길 여명의 틈을 갈라 그은 금이 남쪽이다 우듬지 끝마다 조롱박처럼 매달린 봄 비구름 잠깐 머물다 이내 떠난 하늘 여러 해 가늠하다 떠난 봄나들이 길 우수수 떨어지는 겨울의 비늘들 비로소 봄은 여기로 그리고 저기로... -보리싹 홍어애국 여독旅毒을 녹여내는 보리싹 홍어애국 우그러진 냄비에 세월도 함께 끓어 비지땀 방울마다에 씻기 우는 세상의 티끌 -유달산은 봄에 젖어 여풍麗風이 몹시 불어 파도 타던 케이블카 우수와 경칩사이 방황하는 노적봉 비우고 또 비워내도 살이 차오르는 두견이울음 -고하도 여트막한 산 너머로 점점이 찍힌 섬들 우수영 수군들 숨 고르며 머문 고하도 비색의 하늘로 솟은 열세 척 판옥선 카페 **여풍麗風: 팔풍八風의 하나로 '북서풍'을 이르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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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상사화>- 불갑사 업경대삼행詩 2023. 2. 26. 13:28
삼행시- 불갑사 업경대 상사화 늘어서 핀 개울길 끝난 곳 사금파리 밟아 걸어온 내 삶을 비추어보니 화공이 만들어 놓은 이승의 꽃 동네 상화(霜花)를 보관처럼 머리에 이고서야 사래질 티 고르듯 내 업을 골라보네 화수분, 퍼고 퍼내도 끝없는 업보의 절벽 끝 상두꾼 걸음 위에 실려가는 그날 되어 사무사(思無邪)한 삶이기를 간절히 빌어 보다가 화끈한 얼굴 숙이고 가만히 돌아 나왔네 *사래질: 키로 곡식을 고르는 일 *상화(霜花):서리를 꽃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흰머리와 흰 수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무사(思無邪):마음이 올바르다. 마음에 조금도 그릇됨이 없다. ------------------------------------------------------------- 대부분의 종교의 관심사가 삶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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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금메달>-江村시절 추억 몇 조각삼행詩 2023. 2. 14. 14:48
江村시절-추억 몇 조각 -강변에 서면 금을 긋는 강의 이쪽과 한 뼘 너머 저쪽 메숲진 그림자 아롱아롱 흔들리는 물결 달풀잎 바람길 따라 유장히 흐르는 저 강江 -남루했던 시간 금빛으로 물드는 들판의 해거름 메뚜기 잡아 소주병 채우던 남루한 소년 달려간 세월의 뒤란, 아득한 추억의 물길 -내가 살던 집 금방 울 것 같던 먹장구름 가득한 하늘 메아리에 터진 산처럼 비꽃을 쏟아낸다 달달달 함석지붕이 밤새 울던 적산가옥 -강물처럼 흘러간 그녀 금모래 반짝이던 낙동강 강촌마을 메꽃 같던 그녀는 머릿속 유리구슬 달가당 흔드는 세월, 오늘도 저만치... **메숲진: 메숲지다.산에 나무가 우거지다. **달풀: 볏과의 다년초.8~9월에 자주색 꽃이 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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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금메달>-어느 하루삼행詩 2023. 2. 10. 16:49
삼행시 -어느 하루 금 간 한 주 이어 붙이려 찾아간 책방 메모지 한 권 놓고 호작好作질에 빠지다 달달한 라테 한잔에 메꾸어진 몇 날들 ------------------------------------------------------ 회사가 갑자기 바빠졌다. 월급쟁이에게 회사의 바쁨은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스트레스다. 세상의 모든 일이란 적당한 게 가장 좋은 법이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셨다. 무릇 수행이란 거문고의 줄처럼 너무 조여도 너무 풀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 법이라고... 중도(中途)를 지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예전에 심리학을 배울 때 첫 수업에서 들었던 말이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였다. 상담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첫 수업에서 들었던 말이다. 세상을 다 산 것은 아니지만 살아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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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금메달> - 함안 방어산 마애불삼행詩 2023. 2. 3. 19:36
삼행시 - 함안 방어산 마애불 금빛 극락은 돌 안에 오롯이 펼쳐있지 메꽃 같은 중생들, 바램을 돌에 새겼네 달뜨는 그런 밤마다 돌밖 마실온 부처들 금생과 전생도 마음이 긋는 빗금 한 줄 메나리 흥겨이 부르는 삶의 꿈 달지는 배밭길 고랑 그림자로 남았네 金翅鳥 날갯짓에 선한 바람 한줄기 메마른 방어산 골짜기 돌아 돌면 달개비 꽃공양 한 줌, 허허 웃으시는 마애불 **메나리:농부들이 논에서 일을 하며 부르는 농부가의 한 가지. **금시조(金翅鳥):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새(가루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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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금메달> – 부여 잡힌 추억삼행詩 2023. 2. 1. 22:02
금빛으로 채색된 시간의 패러독스 메마른 추억의 아련한 되새김질 달구리 찬바람 스쳐 놓지못한 밤을 접다 **달구리: 새벽에 닭이 울 무렵 -------------------------------------------------------------------- 올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눈송이가 제법 큰지 간간히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자연이 보내는 소식 같다. 저녁이지만 사과 한 개를 깎고 커피를 한잔 탔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방에서 한껏 멋을 부린 시간이다. 시간도 치장을 하면 할수록 풍성하다. 창문을 한 뼘쯤 열고 한줄기 찬 바람과 더불어 마시는 커피가 유난히 싱그럽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방안을 마구 떠다니다가 침잠하고 그중 몇 개는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다. 하루 전에 동료가 모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