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시꽃(상사(相思)) 접질린 마음 쨍하니 금 간 틈마다 시눗대 흔들리는 몸서리로 채워지다 꽃마다 새기는 얼굴 바람 따라 한잎 두잎…
메밀꽃(그녀) 메마른 마음에 물씨 몇 알 떨구어 밀물처럼 밀어서 남겨놓은 그리움 꽃같이 환한 얼굴만 하늘에 가득
양귀비(들마을풍경) 양갈래 길 너머 마음 와 닿은 옛집 귀목나무 저 혼자 간직한 낡은 풍경은 비바람 켜켜이 쌓은 세월의 바람막 양지뜸 산바람 아래 둥둥 떠있는 마을 귀다래기 등위에 털어도 달라붙는 솔 그림자 비게질 하는 동안 소소히 쏟아내린 여름 볕 양떼구름 몰아온 한 떼거리 비..
목화밭(개망초<亡草> 이야기) 목작약 흐드러진 가문 날 그즈음 화촉동방 꿈 타고 떠나간 새악시들 밭도지 몸 매인 부모 한숨만 심고 심었지 목마른 바람에도 반 숨 거둔 나라꼴 화륜선에 새 꿈 싣고 가닿은 만 리 길 밭고랑 넘치게 채운 애니깽 애니깽 또 애니깽 목로(木路) 더듬는 배..
잔나비(산사에서) 잔기침 넘어온 담 너머 선방(禪房) 나흗날 초승 면벽에 빠진 낮달 비늘살 건듯 바람이 내려치는 죽비 잔물결 너울너울 타고 온 상념 나는 길 없는 길 찾는 한 조각 바람 비안개 골짝 넘는 사이 다시 돌아온 사바 잔불질 하루가 되돌이 되는 삶 나루터 서성이던 그림자 피..
잔나비(해당화) 잔솔밭 담에 가둔 섬 만한 집 한 채 나는 떠올랐다 사그라진 입술을 보았네 비바람 봄 하품 풀어 만드는 포말처럼... 잔돌 밭에 달그락 달그락 바다가 닳아가고 나그네 옷깃에 묻어와 풀어지는 먼 기별 비릿한 갯내음 스며 저리도 붉어진 뺨 잔물잔물한 눈가에 매달리는 그..
봄 오는 길목 곤줄박이 물고 온 봄 소식 한 조각 달피나무 끝 가지 매달아 익혀가는 건 비늘잎 품에 안겼던 싹들의 배냇짓 *주)비늘잎: 땅위 줄기의 밑동 등에 붙어 있는, 비늘 모양으로 변태한 잎. 겨울눈을 싸서 보호함. -------------------------------------------------------------------------------..
보름달 곤고했던 초승 날들 오롯이 채우는 동안 달맞이꽃 마음 졸여 대궁마저 삭아지고 비구름 잠깐 지난새 시들고 마는 꽃술 ----------------------------------------------- 모래가 정월 대보름이다. 농경사회였던 예전에는 설날에 못지 않은 큰 명절이었다. 대보름날에는 오곡밥에다 푸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