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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밥풀꽃 뜨거운 밥 알 식기도 전에 바람 타고 흐르는 구름 되었네 절절한 산골 바위 그늘 오늘은 바람도 허벅지게 불어 혀에 붙은 밥 두 알 분홍 적삼에 펴 말리는 며느리밥풀꽃
바람부는 날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의 여울 곧추세운 지느러미 파르르 흔들리는 풍절음에 퍼렇게 물드는 등짝 아릿하게 타고 내리는 근육통 유영하는 삶이 버거워진 어느날 유턴의 표식을 찾아 기웃거려 보지만 여전히 앞으로만 뻗어 있는 길 검은 아스팔트는 바람의 발기에 끄르럭 삼키고 뱉는 하루..
300키로미터로 질주하는 고속열차보다 빠른 풍경에 나를 잃고 말다 사막처럼 건조했던 하루가 고양이 걸음으로 긴 꼬리 남기는 시간 앞질러 가는 창밖의 풍경들 아무리 셈을 헤아려도 답은 까마득한 저쪽 팔을 벌리고 섰는 어둠 숨어보지만 이내 드러나고 마는 또렷한 피사체 하나 누구였던가, 나는…..
가을 소경小景 함지박 수련 한송이 온 몸에 하늘 물 들이다 부끄러움 노랗게 적시고 말아 오늘은 그늘로 숨고만 싶어 흐음 그래도 그게 어디야 구절초 부러운듯 기웃거려 보는데 바람이 싣고와 뺨에 내려놓은 빗 방울 몇 개 물빛으로 전해지는 씨앗 부르르 도리질에 털려나와 산안개에 다시 실려 타닥..
가을걷이 까치발 디디고 뻣대어 겨우 대추 한 알 거두네 수많은 날들 단근질한 햇살 온 몸에 문신으로 새긴 이 작은 대추 한 알 가만히 귀 대어보면 매미소리, 요절한 숫매미 슬픈 노래 음률이 파르릉 파르릉 바람길을 낸다 그 짜르한 길을 타고 바람 불어와 재촉하네 단맛 한 방울 머금고 떠나볼까, 가..
선암사에 갔다가 김대근 선암사 승선교 아래 피안彼岸의 골짝을 씻어 내린 물 시리게 고였다 가는 沼 앞에 서서 세상이 반원인 까닭 찾아보다가 흐리게 감추어진 나머지 반원에 가슴이 저렸다 원안으로 걸어가 보지만 그림 속 풍경처럼 아득히 멀기만 한 그 길에 가마니에 고구마 문대듯 마음만 닳다..
어떤 날 아침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그림이 되고 싶었다 적당히 붉은색, 푸른색, 또 그럭저럭 섞여 채도도 명도도 모호해진 조합의 색감 서로 살아남겠다고 縱線과 橫線에 엉켜붙는 인생들 멈추어 지는 욕심들이 고 만큼씩만 지켜도 되는 캔바스 위의 세상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 옥양목 가장자리..
여름 징검다리 여름이다 봄을 걷다가 문득 햇살이 깊은 강을 만난다 강위로 듬성 놓여진 빨간 징검다리 한입 베어 불고 겅충 건너본다 -詩作노트- 싼맛에 구입했던 프린트가 말썽이다. 색깔별로 따로 구입가능한 시스템이 마음에 든데다가 전에 사용하던 프린트의 잉크값이면 구입이 가능해서 앞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