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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김대근 단풍이 너무 고왔던 게지 떨어져 내려 쪼그린 그녀가 너무 애처로왔던 게지 그 마음 내놓기엔 너무 부끄러웠던 게지 밤을 도와 내린 첫 눈 ------------------------------------------------------------ 아침 6시에 서둘러 떠난 광양 출장길입니다. 너무 급히 떠난 탓에 속을 비우지 못해 들린 천안휴게소..
짝사랑 /김대근 혼자서 달아 버린 마음 상처마저 혼자 앓아 나는 찢겨져 흐느끼네 그대여 차라리 내가 먼저 가는게 그대 뒷모습 보는 것보다 행복 하겠네
오래된 책을 펼치다 /김대근 손가는 대로 잡힌 책을 열고 눅눅한 비소리를 듣다가 책갈피에서 흘러 내린 세월을 뜻밖에 만났다 누군가에게 보냈던 소식이리라 만나지 못해 다시 돌아와 가슴 시리게 숨어 있었으리라 휘발해버린 절반의 색이 공간의 저 너머로 전해진것은 그나마 다행이리라
출구 /김대근 출장길에 600원 셈하고 스포츠 신문을 받았다 비를 피한다는 게 겨우 라면 한그릇 그래도 나그네 발목 잡을만 하다 오늘의 운세 다섯번쯤 읽는다 서쪽의 결혼식장이 길하다고 해 동쪽에서 로또 사온 것, 괜히 후회가 된다 잠깐의 순간도 알 수 없는 미래 그냥 올 것이라는 막연한 짐작 나..
어부, 하늘 발길질/김대근 제기럴~ 비는 왜 오고 지랄인게야. 수협 박주사 이자 독촉 전화질인데 비는 왜 오고 지랄인게야. 둘쨋놈 하숙비 글피인데 방파제 끝 등대 너머까지 비는 왜 오고 지랄인게야. 큰 며느리 해산도 다음달 이맘때 쇠고기 두어근 보내야 하는데 연이틀 비가 오고 난리인게야. 마누..
안성장에서/김대근 안성 장날이었지 광대로 살다 죽었던 불꽃 같은 그녀, 바우덕이 축제장 광대로 살아온 60년 가락은 온몸에서 녹아 나와 취기가 되어 나를 주저앉히고 말았지 모두 돌아간 빈터 구경값 내라기에 마주 앉은 소주 한 병이 그의 60년 세월을 푸는 비밀의 열쇠가 되었지 "모두 광대야 나도..
영가등/ 김대근 완緩…, 그리고 급急 삶에 있어서 늘 대치점에 서있다 여분이 적은 쪽은 늘 급하지 않고 세월이란 가진 것 많은 사람의 채찍인가 보다 하늘에 둥둥 떠가는 연등 내가 가야 할 피안의 언덕도 저 하얀 영가등靈駕燈을 타는 것인가
이제 안다/김대근 이제 겨우 안다 실상과 허상 다른 게 아니란 거 까만색과 하얀색 다르지 않다는 거 큰 것과 작은 것 그저 그렇다는 거 거울 반대편 낡은 남자가 비로소 나 임을 알게 된 나이 세상사는 이치에 겨우 첫 발 디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