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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카시- 가을 소경小景 /김대근
    디카詩 2009. 9. 28. 15:48

     

     

    가을 소경小景

     

    함지박 수련 한송이
    온 몸에 하늘 물 들이다
    부끄러움 노랗게 적시고 말아
    오늘은 그늘로 숨고만 싶어
    흐음 그래도 그게 어디야
    구절초 부러운듯 기웃거려 보는데
    바람이 싣고와 뺨에 내려놓은
    빗 방울 몇 개
    물빛으로 전해지는 씨앗
    부르르 도리질에 털려나와
    산안개에 다시 실려
    타닥 타닥 가을 익는 소리로
    밤나무 가지마다 열리다

     

    -------------------------------- 詩作메모 --------------------------------

     

    오랫만에 일요일 나들이에 나섰다. 새로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시간을 낸다는 것이 버겁다.

    나이 오십이 넘고 나서야 어른들이 늙어 보면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된다고 하시던 말씀을 알겠다.

    늦게 든 바람에 정신줄을 놓고만다더니 내가 그 꼴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왕에 시작했으니 앞으로 나가봐야지. 이번주에 출장이 있었던 탓에

    하루분 수업을 하지 못했는데 토요일 책상에 늘러붙어 기어이 마치고야 말았다.

     

    가장이 이렇게 궁상을 떨고 있으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비도 제법 소슬하게 내린다. 비 내리는 일요일 산보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신정호 데크를 한 바퀴 우산쓰고 걸으니 물 비린내가 코끝을 찔러댄다.

    크게 숨을 들이 마시니 온 몸으로 비타민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2% 부족한 느낌을 채우려 미루어 두었던 곳을 찾아 나선다.

    보탑사까지 차를 몰았다. 보탑사는 충청북도 진천에 있는 절이다. 김유신 장군이 태어난 골짜기 끝에 있는 절이다. 황룡사 9층 목탑을 3층까지만 재현해 법당으로 쓰고 있다. 황룡사 9층 목탑이 남아 있었더라면 정말 장관이었을 것이다. 절은 비구니 스님들이 소관하고 있어서 아기자기 하다. 깨끗하고 깔끔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사를 하는 곳이다.

     

    수련이 담긴 화분에 노란 수련 한송이가 소담한 어깨를 드러내고 피어있다. 구절초 몇 송이가 물냄새에 자극이 되었는지, 수련에 마음이 가있는지 기울어 있다.

     

    돌아 오는 길 길어깨에 차를 세우자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쪼매만 있어바라"

    밤 나무 밑을 뒤지고 되져 봤지만 이미 등산객들이 청소해가고 여기저기 빈 밤송이만 조각나 뒹굴고 있다.

    주먹만한 돌이 눈에 들어와 손에 잡았다가 슬그머니 놓고 말았다.

    그래도 나무밑 숲을 알뜰히 뒤진 끝에 알밤 두개를 주었다. 뒷 사람을 배려해준 선객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차로 돌아와 하나씩 나누어 먹으니 살짝 시장기가 도는 시간에 달디단 군음식이 되어준다.

     

    늘 가보마 하면서 못 가본 곳이 '김시민 장군' 유허지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때 조선 천지에는 지고, 지고, 또 지는 소식만 날라다녔다.

    우리가 우리힘으로 거둔 첫 승리가 진주성 대첩이다.

    그는 이 전투에서 이마에 총탄을 맞고 승리의 기쁨도 느끼지 못한채 그렇게 떠났다.

    전쟁이 끝난 후 나라에서는 그에게 2등급의 공훈만을 인정했다.

    변변한 기념관도 없다. 그의 유허에서 먹먹해지는 가슴을 달랠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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