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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카詩- 어떤 날 아침 /김대근
    디카詩 2009. 5. 12. 23:02

     

     

     

    어떤 날 아침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그림이 되고 싶었다

    적당히 붉은색, 푸른색,

    또 그럭저럭 섞여 채도도 명도도

    모호해진 조합의 색감

    서로 살아남겠다고 縱線과 橫線에

    엉켜붙는 인생들

    멈추어 지는 욕심들이

    고 만큼씩만 지켜도 되는

    캔바스 위의 세상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

    옥양목 가장자리에 흔적으로 남던

    엄마의 앉은뱅이 재봉틀

    틈 벌어진 낡은 관절처럼

    바깥으로 통하는 창틀로 새어들던

    겨울 바람에 얼어버렸으면 했다

    내 청춘의 잠을 갉아 먹던 그 소리……

     

    한 해가 묵을 때마다

    새로 그어지는 눈금 하나 새기는

    속도계, 붉은 바늘 끝은 항상 끝에 붙어

    도지곤 하는 어지럼증

    잠깐씩 멈추고 싶은 날, 오늘 아침

     

     

    詩作노트

    일주일 꼬박 장거리 출장이 이어졌다. 좀 쉬나 했는데 얘기치 않았던 출장이 또 있다. 나흘 동안의 출장거리가 3,000킬로였으니 무릎이 비명을 질러댄다.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열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깨에 둘러맨 가방의 무게가 곱절의 중력으로 누른다. 열차가 들어 오려면 10분이나 남았다. 이른 아침의 플랫폼으로 아직 뿌리가 뽑히지 않은 겨울바람이 섞여 몰려 온다. 어릿하게 피곤한 머리 속으로 바람을 밀어 넣자 제법 시원하다. 걷다 보니 플랫폼의 끝이다. 정지 표시를 마주하자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동안 쉬지 않고 허덕대며 달려온 삶이 섬광처럼 스친다. 나이를 먹으면서 100KM이던 속도계의 꼬리에 해마다 10KM씩이 추가로 인쇄된다. 자꾸 눈금을 더해가는 속도계의 끝에 바늘은 비명을 지르며 늘러 붙는다. 정년이 이제 한자리 안으로 들어왔다. 내 삶이 속도계의 계기판에는 이미 300KM를 넘기고 있다. 작년보다 늘어난 숫자임에도 바늘은 욕심스럽게 끝으로 달라붙어 있다. 쉬고 싶다. 가끔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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