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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카시- 가을걷이 /김대근
    디카詩 2009. 9. 17. 17:04

     

     

     

    가을걷이


    까치발 디디고 뻣대어
    겨우 대추 한 알 거두네
    수많은 날들 단근질한 햇살
    온 몸에 문신으로 새긴
    이 작은 대추 한 알
    가만히 귀 대어보면
    매미소리, 요절한 숫매미
    슬픈 노래 음률이
    파르릉 파르릉 바람길을 낸다
    그 짜르한 길을 타고
    바람 불어와 재촉하네


    단맛 한 방울 머금고
    떠나볼까, 가을길…

     

    ---------------------- 詩作메모 --------------------------


    또 한 발 늦고 말았다.
    며칠 전부터 오늘, 아니면 내일…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올해도 간발의 차이로 늦고 말았다.
    지난 주부터 대추나무는 열매를 익히기 시작했었다.
    회사 정원에 심어 놓은지 10년이 넘는 대추나무는 해마다 제법 풍성한 수확을 가져다 준다.
    사람들은 성미가 급해서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빼앗기기 싫어서 인지 채 단맛도 들지않은

    대추를 따기도 한다.
    그래도 학습효과란게 있어서인지 올해는 다들 잘도 참는다.
    며칠전 점심시간에 대추나무 밑에 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대추 익어가는 동선이

    하늘쪽에서 땅쪽으로 이어진다.
    그래픽의 그라디에이션처럼 말이다.
    까치발을 했다. 그래도 모자라 최대한 팔을 뻗어 본다. 그래도 손가락 한마디쯤이 부족하다.
    어디 장대라도 찾아볼까 하였지만 행여라도 누가보면

    "명색이 부장이라는 감투를 쓴 사람이 쯧쯧…" 할 것 같아서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다.
    어차피 위에서부터 찬찬히 익어내려 아래에 매달린 녀석들도 결국에는 익을테지…


    오늘 오후에 한쪽방향으로만 과중하게 하중을 감내하고 있는 엉덩이에 중력의 찌릿함을 선사하려고

    나들이를 나섰다.
    나들이라고 해보아야 사무실을 나오면 만나는 회사의 가장자리 숲 지대다.
    오늘은 또 얼마나 햇살이 만드는 그라디에이션이 밑으로 내려왔나 대추나무 아래 섰는데, 아뿔사~ 휑하다.
    가지가 몇 개 부러지고 잎들은 찢어져 여기저기 뒹군다.
    누군가가 작대기로 털어간 흔적이다.
    며칠간의 기다림이 갑자기 비어버리고 그 공간을 허전함이 몰려든다.


    내 키높이에 맞춘 대추 한 알만 땡글거리며 잎사이에서 웃는다.
    그나마 한 알이라도 건졌다 싶다. 입에 넣으니 참 달다. 한 알이어서 더 단 것일까?

    (2009.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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