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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300키로미터로 질주하는 /김대근디카詩 2009. 10. 8. 11:06
300키로미터로 질주하는 고속열차보다 빠른 풍경에 나를 잃고 말다
사막처럼 건조했던 하루가
고양이 걸음으로
긴 꼬리 남기는 시간
앞질러 가는 창밖의 풍경들
아무리 셈을 헤아려도
답은 까마득한 저쪽
팔을 벌리고 섰는 어둠
숨어보지만 이내 드러나고 마는
또렷한 피사체 하나
누구였던가, 나는……----------------------------- 詩作메모 ---------------------------------
오랫만에 열차를 탔다.
최종 목적지에서는 불편하겠지만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 한 권을 읽어볼 요량에
명절 연휴에 무리한 무릎을 쉬게할 꿍심이 작용한 탓이다.
목적지에서는 이웃나라 일본을 거슬러 오르는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그 탓인가?
출발지와 목적지가 뒤바뀐 지금은 목이 칼칼하고 어깨는 뻐근하다.
고속열차의 모니터에 305Km가 찍히고 있다.
이렇게 빨리 달리는데도 세월은 몇 곱절 빨리 앞질러 뛴다.
창밖에 풍경이 그만큼의 속도로 뒤쳐지고 있다.
창밖을 물끄러미 보다가 낯선 남자의 눈길을 만난다.
오십년을 넘게 같이 사는 그가 오늘처럼 낯설어 보이기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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