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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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_이별가[江村 살던 때]삼행詩 2022. 8. 17. 09:41
삼행시_이별가[江村 살던 때] 이제는 몸을 푸는 칠백 리 낙동강 별들이 새벽이면 풍덩하고 빠지고 말던 가고픈 고향의 강둑, 마음은 늘 그 곳 이때쯤 여름이 세상 달구어댈 때 별미로 해주던 엄마표 미꾸리 추어탕 가마솥 열기 앞에서 달아오르던 오남매 이슬아침 어제 연 하루를 다시 열면 별이 진 새벽 자명종 "재치꾹 사이소" 가족의 아침밥상은 단출하기도 했다 이슬 밟고 집을 나서 삶을 잇던 밀가루공장 별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지던 새벽 가로수 포푸라 나무, 그림자로 걷던 아버지 이팝나무 두 그루 꽃바람 일으키는 별바라기 언덕에 기대어 선 넝마주이 마을 가랑비 무지개처럼 내려 덮이면 찾아오는 휴식 이경(二更)이면 동네누이들 목간길 지키며 별 하나 별둘 밤 냇가에 앉아 같이 헤던 친구 가랑잎 물 타고 가듯 별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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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_이별가[여름 꽃들의 정염]삼행詩 2022. 8. 8. 08:48
삼행시_이별가[여름 꽃들의 정염] 해당화 이제는 파도너머 아득한 세월 따라 별리의 아픔도 진작에 아물어 분홍빛 가버린 인연의 자죽 밤새도록 더듬다 봉선화 이슬방울 머금은 새벽하늘 툭 터질 때 별 하나 떨어져 손톱 위 꽃이 되었네 가물히 지나간 세월, 담벼락 아래 그 누이 베롱나무꽃 이즈음 신록이 세상으로 열릴 때 별꽃들 우주에서 날아와 가지위에 앉아서 가녀린 바람결마다 붉은, 연붉은 물이 든다 낮달맞이꽃 이제나 저제나 쌓여가는 기다림 별들은 언제나 그리움 또 그리움 가파른 마음 밭 언덕, 오르면 다가갈까 달맞이꽃 이렛날 상현달 하늘에 매달리면 별들은 밤 지도록 달님을 에워 돌고 가위벌 밤길을 잃어 그 품에 날개 접다 메꽃 이곳저곳 풀숲마다 가냘픈 줄기 뻗어 별실 작은 창 그늘 아래 수줍게 피어났다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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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이별가[여름여행길에서_강원도 양양]삼행詩 2022. 8. 3. 12:42
삼행시-이별가[여름여행길에서_강원도 양양] 홍련암 이태 만에 다시 찾은 언덕에 번진 푸른 먹 별들이 밤마다 피워놓은 해당화 참나리 가없이 드넓은 우주, 꽃으로 건너는 다리 해수관음상 이런저런 세상사 감탕물에 빠져 허우적 별원(別願) 세워 건지리라 뜻하신 그대로 가루라 날개 타시고 사바에 납시어라 죽도암 이승에 펼쳐진 저승의 풍광들 별나라 기괴한 바윗돌 내려와 앉은 가냘픈 작은 암자에 여승과 고양이 서넛 서퍼 비치 이국의 해변인 듯 열려있는 푸른 바다 별난 풍경 잘 그려진 지구촌 부채 하나 가랑비 태워 온 파도, 잠깐 젊어진 마음 건봉사 이빨 사리 모셔둔 적멸보궁 건봉사 별들은 지난밤에도 떨어져 계곡을 맑히고 가람은 금강산 아래 그리움으로 서있다 양양 남대천 이제는 돌아가야지 산 그림자 물 내음 되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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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상수도[亡草年代記]삼행詩 2022. 7. 23. 22:02
삼행시-상수도[亡草年代記] 亡草年代記 상현달 이울다 쓰러져간 그 밤에 수만리 타국으로 떠나간 누이는 도강선(渡江船) 궤적너머로 애니깽 애니깽 상현달 또 이울때 씨앗으로 돌아온 누이 수두(水痘)앓은 땅마다 싹으로 돋아나 도드미 구멍에 숨어 몇 해를 살아내었네 상국(喪國)바람 오지게 불던 때 피워낸 꽃 수많은 사람들 개망초(亡草)라 불러내려도 도보길 어깨 가득히 주인이 된 오늘 *상국(喪國):나라를 잃어버림 *도드미:어래미보다 구멍이 조금 작은 체 ------------------------------------------------------------------------------ 장마도 끝나지 않았으니 실상 여름의 초입입니다. 이 여름 들판을 장식하는 자연의 화원에 하얀 망초들이 화르르 불볕처럼 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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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行詩-상수도[夏花小景]삼행詩 2022. 7. 14. 21:18
三行詩-상수도[夏花小景] 夏花小景 자귀꽃 상수리 옆 그늘 봉긋돋던 어린나무 수 없는 밤마다 달빛 목욕하더니 도가니 탁 터져 열 듯 하늘 향한 분홍마음 목단 상제나비 날아와 간지럼 태워보지만 수수함은 내 본분이라 눌러 눌러도 도드리 장단의 숨결, 여기 꽃 하나가 있다 산나리 상사하는 마음은 저만치 하늘에 닿아 수런거리는 마파람에 실어보는 그리움 도둑비 오롯이 이고 기다리는 그대 연꽃 상좌승 목탁소리 삼층석탑 건너오면 수밀도처럼 잘 익은 정오의 햇살 한 아름 도량[道場]에 극락의 향기 피어 번지다 해당화 상반(常班)시절 섬마을에 내려오는 전설 하나 수 없는 날들 상사 하는 붉은 그 마음 고여서 도회로 떠나간 그 님, 오늘도 낙조로 지고 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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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行詩-상수도[능소화 그늘아래]삼행詩 2022. 7. 4. 11:27
三行詩-상수도 [능소화 그늘아래] 상그랍게 쨍한 하늘에 점찍는 구름 수숫대 여무는 담장가로 내려와 도홧빛, 정염情炎넘치는 꽃술에 잠기다 상사하는 마음은 한아름 펴져서 수없는 그 밤을 애긇게 하더니 도린곁 숨어서 피는 그녀 닮은 꽃 **도린곁:인적이 드문 외진곳 -------------------------------------------------------------------------------------------- 장마가 잠깐 성하다 물러간 쨍한 공간을 농염한 능소화가 차지했습니다. 쨍한 하늘이 파란색을 짙게 물들어 갈수록 능소화의 요염함은 더욱 끈적해집니다. 나에게 능소화는 그런 꽃의 이미지입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능소화는 아주 좋아하는 꽃입니다. 비오는 날은 그 자태가 더욱 곱습니다.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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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行詩-상수도[용미리 쌍석불]삼행詩 2022. 6. 30. 08:52
三行詩-상수도[용미리 쌍석불] 용미리 쌍석불 상잔相殘이 치열했던 용미리 골짜기 수도 없이 밀려가고 밀려왔을 총탄들 도르르 떨구는 빗방울, 세월만큼 아리다 상처는 온 몸에 자죽으로 남겨놓고 수라修羅같은 세월만 미소로 새겨서 도솔천 같이 건너길 서로 발원하는 쌍석불 ------------------------------------------------- 파주군 광탄면 용미리에는 용암사라는 자그마한 절이 하나 있습니다. 그 절의 대웅전 서쪽으로 쪼름하게 나있는 이끼에 제법 미끈한 계단을 오르면 미륵불 한 쌍이 있습니다. 불상의 높이는 18미터에 이르는데 본디 제자리에 있던 바위를 몸체로 이용 한 탓으로 몸체가 조금은 기형적이기도 합니다. 대개의 미륵불이 그렇듯이 머리에 갓을 쓰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서쪽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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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行詩-상수도[모감주 나무]삼행詩 2022. 6. 27. 09:15
三行詩-상수도 모감주나무 상수리 잎마다 한 아름씩 열리는 아침 수괭이 한 마리 걸음을 늘려 하품을 한다 도랑창 옆길을 따라 꽃그늘 피우던 여름 상둣도가 지나서 골짝으로 이어진 길 수리취 무더기가 갈라놓는 양지와 음지 도롱뇽, 햇살을 피해 그림자를 묻혀가고 상크름한 남실바람 너울대는 숲 정이 수런수런 이야기들 가지마다 열리고 도롱태 날개를 접고 한소끔 쉬던 가지 끝 상량대 점지되어 베어진지 이태동안 수많은 바람들이 들고나며 말려준 덕에 도림질 손놀림으로 다시 살아난 모감주나무 ** 도롱태: 맷과의 철새. 황조롱이와 비슷한데, 날개 길이 24cm가량. 등은 청회색 바탕에 세모꼴의 검은 점이 있고, 배 쪽은 불그스름한 흰색 바탕에 검고 긴 점이 있음. 우리나라·중국에 분포함 ** 도림질[도림질하다]/도림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