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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_이별가[江村 살던 때]삼행詩 2022. 8. 17. 09:41
삼행시_이별가[江村 살던 때]
이제는 몸을 푸는 칠백 리 낙동강
별들이 새벽이면 풍덩하고 빠지고 말던
가고픈 고향의 강둑, 마음은 늘 그 곳
이때쯤 여름이 세상 달구어댈 때
별미로 해주던 엄마표 미꾸리 추어탕
가마솥 열기 앞에서 달아오르던 오남매
이슬아침 어제 연 하루를 다시 열면
별이 진 새벽 자명종 "재치꾹 사이소"
가족의 아침밥상은 단출하기도 했다
이슬 밟고 집을 나서 삶을 잇던 밀가루공장
별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지던 새벽
가로수 포푸라 나무, 그림자로 걷던 아버지
이팝나무 두 그루 꽃바람 일으키는
별바라기 언덕에 기대어 선 넝마주이 마을
가랑비 무지개처럼 내려 덮이면 찾아오는 휴식
이경(二更)이면 동네누이들 목간길 지키며
별 하나 별둘 밤 냇가에 앉아 같이 헤던 친구
가랑잎 물 타고 가듯 별이 된 소식에 울었다
이제는 도시에 지워진 강촌(江村) 마을
별똥별 하늘 가르듯 지나친 세월에
가만히 더듬어보니, 아... 나도 뿌리로 사는 나무
**이경(二更)[명사]하루의 밤을 다섯 경(更)으로 나눈 둘째의 때. 밤 10시를 전후한 두 시간,곧 하오 9시부터 11시까지의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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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입니다. 고향 친구 하나와 우연찮게 연락이 되었고 서로의 안부를 묻던 중 어린 시절 또 다른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솔가[率家]하여 고향을 떠난 후 연락도 추억 속에 묻었는데 한참 지난 부음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낙동강이 700리를 흘러와서 해산을 하는 곳... 구포가 고향입니다. 어릴 적 구포는 그야말로 시골스러웠고...여름밤이면 동네 아주머니들과 누이들은 가까운 냇가로 단체로 목간을 갔습니다. 나와 그 친구는 그녀들이 목간을 마칠 때까지 냇가의 길목을 지키는 게 임무였지요. 바윗돌에 기대어 하늘에 흩뿌려진 별을 세다가 반디불이를 잡아 박카스 병에 담아 놓고 그 은은한 불빛을 보며 놀기도 했지요. 이미 이태 전에 세상을 버리고 별이 되었다니 세월이 그렇게 우리 곁에 와서 함께 숨 쉬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 덕분에 강 옆 마을에 살았던 추억이 새록 새록해서 몇 수 읊어봅니다. 생각해보니 나도 부모님이라는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고 자랐고, 나 역시 아이들에게 수액을 나누어주고.. 빈 수관을 추억으로 채우고 살았구나... 아...나도 뿌리 식물이었어... 자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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