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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금메달> - 함안 방어산 마애불
    삼행詩 2023. 2. 3. 19:36

    삼행시<금메달> - 함안 방어산 마애불

     

    금빛 극락은 돌 안에 오롯이 펼쳐있지

    메꽃 같은 중생들, 바램을 돌에 새겼네

    달뜨는 그런 밤마다 돌밖 마실온 부처들

     

    금생과 전생도 마음이 긋는 빗금 한 줄

    메나리 흥겨이 부르는 삶의 꿈

    달지는 배밭길 고랑 그림자로 남았네

     

    金翅鳥 날갯짓에 선한 바람 한줄기

    메마른 방어산 골짜기 돌아 돌면

    달개비 꽃공양 한 줌, 허허 웃으시는 마애불

     

    **메나리:농부들이 논에서 일을 하며 부르는 농부가의 한 가지.

    **금시조(金翅鳥):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새(가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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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가 종교인가 아닌가는 지식인들 사이에 오래된 화두 같은 것이다. 다른 종교와는 달리 믿음의 대상이 자신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흙으로 만들어 금빛을 씌운 불상이나 돌로 깎은 불상, 쇳덩이 만든 불상, 나무로 만든 불상이 모두 하나의 방편이다. 나를 찾는 거울일 뿐이다.

     

     억겁의 인연도 실상 나 자신이 없다면 성립되지 않는다. 내가 있어야 비로소 사물이 있다. 경계도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누군가 저 바위에다 부처를 새기지 않았다면 오늘 이 자리에 내가 있었을까?

     

     우리나라 전역에 선각 마애불들이 많다. 선각 마애불은 참 소박하다. 초파일 불당 안 부처님 앞에 자리한 크고 화려한 연등과 달리 해우소 한 곁에 매달려 흔들리는 연등처럼 담백하다. 바위를 매끈하게 깎아 새기는 입체적인 불상보다 바위의 울퉁불퉁한 면 그대로, 갈라진 부분도 그대로 소박하게 선으로만 새긴 선각 마애불이 나는 좋다. 그래서 선각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보는 편이다.

     

     입체적이지도 않고 풍우에 깎기고 쓸리어 새긴 선도 세월에 닳아 희미해진 선각 마애불에 유난이 마음이 간다는 건 내 전생이 산야에 쬐르르 날던 참새가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좀 더 심하게 스스로 높혀서 바랑에 쇠로 만든 정 하나, 망치 하나 넣고 떠돌다 괜찮은 바위덩이를 만나기라도 하면 그 앞에 등을 기대고 서서 멀리 내다보이는 풍경이 부처임 공양이 될만한가 가늠하고는 주섬주섬 연장을 챙겨서 부처님을 새기고 흐뭇하게 길 떠나던 방랑승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아님 말고~~

     

     작년, 그러니까 2022년 무더위가 어깨 위에 내려앉아 절대로 떨어지지 않던 여름날에 함안으로 출장이 있었다. 시간약속을 해놓고 내어 달리다 보니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그 한시간을 부근에 있는 마애불을 찾기로 했다. 처음에는 선각인지는 몰랐고 그저 일반적인 제대로 잘 깎인 불상이리라 하고 찾기로 했다. 안내판에는 900미터로 왕복을 가늠해 가뿐하게 산길을 올랐는데 가파른 산길에다 900미터라는 거리 표시가 직선거리 였음을 산길을 중간쯤 올랐을 때 그때도 0.9KM를 보며 깨달았다. 끝까지 다녀오면 약속시간이 늦을터지만 이미 절반을 올라와 버린 터에 중간에 내려가기도 난감하다. 결국 거래처에 전화로 1시간 정도의 말미를 받아 끝까지 마애불을 만나기로 하였다.

     

     역시 생각했던 유려하고 반듯한 마애불과 달리 참 소박한 선에 다소 비율도 맞지 않는 모습이지만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참배를 하고 부처님 쪽으로 등을 돌리니 시야가 참 좋다. 이래서 이 바위가 선택을 받았구나 싶다. 다녀본 수많은 선각 마애불들이 모두 경치가 좋다. 부처님 시선을 생각한 조성자의 안목이 존경스럽다. 부처님이 디디고 있는 연꽃도 표현이 풍부하다. 반듯하지 않는 바위에 정으로 선으로 새기는 불상의 한계로 표정이나 미소는 어색하지만 수백년을 노천에서 풍우를 맞으며 견뎌온 마애불이 주는 감동이 가슴 깊은 곳의 우물에 물보라가 인다.

     

     

    함안 방어산 마애불

     

    저마다 품고 사는 것이 있는 것처럼

    바위가 품고 사는 건 세월의 주름이다

    그 주름마다 바람이 새기고

    빗물이 다듬고 이끼가 불어넣은 불성

    밤이면, 달뜨는 밤이면

    바위의 숨결을 열고 마실 나오는 부처님들

    여기저기 불성의 씨앗들을 뿌려두고 가시면

    첫 새벽 참새 몇 마리 쪼아먹고 가고

    아침 바람에 몇몇은 실려 가고

    햇살이 남은 두어 개마저 말라버린 후

    사람들이 와서 찾아 헤매다 가는

    방어산 기슭

     

     

     100여 자루의 만년필 무더기에서 잘 갈무리 해두었던 45년쯤된 오래된 만년필에 잉크를 넣어 현역에 복귀시켰다. 사무실 책상에는 오래된 것들이 몇 개 있다. 1993년에 구입했던 일제 공학용 계산기는 아직도 공돌이의 삶을 이어주고 있고, 그보다 5년정도 더 나이를 먹은 휴렛패커드의 계산기는 이제 액정의 절반이 맛이 가버렸지만 쉽게 버리지 못해 책상의 한쪽에 두고 있다. 내가 모아온 만년필 100자루 중에서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은 이 만년필은 한국파이롯트라는 회사에서 일본 부품을 국내에서 조립하였던 제품이다. 조금씩 잉크의 누설로 글을 쓸 때 아주 조금씩 묻어 나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요즈음은 모든 필기를 이 만년필로 한다. 그리고 스케치북을 한 권 장만해서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연필 스케치만 해두고 무려 반년을 묵혔던 함안 방어산 선각 마애불을 그렸다. 물론 지금 사용하는 만년필로 그린 것이다. 잉크는 잉크전문가들이 개발한 살짝 녹색이 섞인 나랏말ㅆ미라는 잉크이다. 만년필은 그 국가의 공업 발전의 바로미터다. 그동안 국산 만년필이 자취를 감추었다가 최근 모나미에서 다시 출시하고 있다. 세자루 쯤 구해서 색깔이 다른 잉크를 넣어 그림 전문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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