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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가을小景) 수레바퀴 가는 듯 오고 오는 듯 가는 사이 자란자란 쌓인 세월의 나이테 미다지 문틈 사이로 가을 서성이다 그리움 하나 가을비 추적추적 창가를 서성일 때 자맥질 멈추지 않는 그리움 하나 미늘에 박힌 가슴은 매양 이리 아프다 코스모스 가마득 높은 하늘 그려지는 그..
가자미(무화과 여는 담) 가을바람 가닥마다 햇살로 물들 때 자락 자락 솟아나는 계절의 나이테 미모사 잎 타고 내린 무화과나무 그늘 가림담 넘어와 익어가는 서너 알 자줏빛 엷게 물들 몇 날의 기다림 끝 미끈한 몸을 탐하다 따고만 발돋움 가양주 한 잔에 익은 새터아재 뺨인 듯 자두처..
무시로(사명대사의 눈물) 무안이라는 골 깊은 동네 가운데 시절 인연 큰 구비마다 땀 흘리는 돌 하나 로구(老軀)로 이룬 구국은 이어져 지킨 오늘 무武는 불가의 상극이나 방편 중 하나 시꺼먼 하늘 빛 줄기들 중 으뜸 되었네 로법사(老法師) 큰 원력 하나 눈물로 남았구나 ---------------------..
소박이(삼태리 석불) 소쩍새 뱉어 놓은 공양 상 한 아름 박벌 몇 마리 맴도는 불단 위로 이승의 햇살 끝 마디 소나기로 내리다 소슬바람 산 내려와 장삼 끝에 매달려서 박새 꽁지 간질여 받아내는 백팔 배 이곳은 온갖 것 사바, 모두 꿈에 잠기다 소원등 밝혀드는 한 무더기 개망초 박달나..
소박이(배 꽃 지던 날) 소릿결 너울 타고 출렁대는 배밭 박꽃처럼 하얀 얼굴 그립고 그립다 이토록 깊이 새겨진 한 시절 있었구나 소복소복 그리움 타박타박 키워보지만 박절한 세월 배꽃처럼 흩날려 이윽고 뼈 속 깊은 곳 사리로 한 알 소꿉질 꿈을 굽던 머언 그날들은 박속같은 그이를 ..
소박이(채석강에 서다) 소금끼따라 서해 바닷길 더듬어 닿은 곳 박무薄霧 속에 수묵으로 그려지는 풍경 하나 이태백 풍류길 끝은 여기로 이어지다 소소한 파랑이 수억 년 깎아 놓아 박리剝離중인 푸른 지구 속 껍질 몇 겹 이리도 장엄한 자연, 거품 하나 터지는 오늘 소라고동 머금은 파..
조약돌(도회에 뜬 달) 조명 빛 밤눈처럼 내리는 도회都會 약죽대며 동쪽 하늘 삐죽히 내밀어 돌쩌귀 모서리 끝에 달빛으로 여울다 조각 달 빌딩 틈에 끼어 힘겨운 밤 약물터에 모인 참새들의 지저귐 돌림잔 일렁임 따라 흔들리는 달빛 ======================================================== 요즈음은 ..
조약돌(자귀, 불 지피다) 조막손 내밀어 움켜쥔 하늘 약솜 같은 쪽 구름에 새긴 그 마음 돌비알 등에 기대고 피워낸 그리움 조마조마 어질어질 바람마다 흔들고 약사불 코끝으로 빗살 되어 내리는 햇발 돌각담 너머로 지핀 사랑의 혼불 ================================= 여름 초입에 보기좋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