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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소박이(삼태리 석불)/김대근
    삼행詩 2014. 7. 14. 09:25

    소박이(삼태리 석불)

     

    소쩍새 뱉어 놓은 공양 상 한 아름

    박벌 몇 마리 맴도는 불단 위로

    이승의 햇살 끝 마디 소나기로 내리다

     

    소슬바람 산 내려와 장삼 끝에 매달려서

    박새 꽁지 간질여 받아내는 백팔 배

    이곳은 온갖 것 사바, 모두 꿈에 잠기다

     

    소원등 밝혀드는 한 무더기 개망초

    박달나무 그늘 아래 잘 차려낸 야단법석野檀法席

    이렇게 너른 법당 하늘 아래 또 있을까

     

    ======================================

     

    여름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며칠이다. 예년과 달리 장마도 늦어서 농작물도 목이 타는 나날이다. 그래도 요즈음은 수리시설이 좋아서 물싸움하는 일 없이도 벼는 쑥쑥 자라서 들판을 짙은 초록으로 채색하고 있다.

     

    이런 무더운 날씨에는 어디 경치 좋고 그늘 넉넉한 계곡 같은 곳에 돗자리 한 장 펼치고 수박이나 한 통 넉넉하게 잘라 놓고 읽고 싶던 책이나 한 권 벼게 삼으면 딱 좋을 것인데 월급쟁이 신공神功으로는 언감생심이다.

     

    달포전 출장길에 불현듯 생각이 스쳐 옆길로 잠시 새어나 들린곳이 천안 풍세 삼태리의 마애불상이다. 근 십년만에 다시 마주한 마애불은 변화가 없다. 다만 변화가 있는 쪽은 100년도 못 사는 인간쪽이다. 십년이라는 시간에 이토록 복달대는 인간이라니...

     

    뻐꾸기가 유달스레 울어댔다. 뻐꾹...뻐꾹.... 울어대는 추임새가 불전에 바치는 애절한 기도같다. 마치 듣기에 佛國...佛國... 하고 우짖는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원스레 절이라도 한 번 할만한 공간이 없다. 그냥 서서 목례 한 번 할 정도다. 소박한 부처님이다.

     

    요즈음은 계절이 당겨진 탓인지 이 부근에도 개망초가 흐드러졌다. 자연 그대로가 공양물인 곳... 이보다 더 큰 법당이 어디있으랴.

     

    이 불상은 고려시대의 불상으로 천원삼태리마애불입상 [天原三台里磨崖佛立像]이 정식 명칭이다. 보물 제407호 이다. 높이는 7미터에 이르는 대불이다. 불상은 머리와 상체는 또렷하게 부조로 처리되었지만 하부로 내려갈 수록 선각에 가까울 정도로 바위와 하나가 되었다. 얼굴은 넉넉하고 풍만하다. 눈은 작고 치켜올라 있고 코는 뭉툭하면서도 입은 작아서 다소 둔탁해 보이기도 한다. 귀는 길게 늘어져 어께에 닿고 있고 목에는 삼도(三道)가 분명하게 새겨져 있다.

     

    마애불이 대부분 그렇듯 투박하다. 예나 지금이나 가진것 없는 이, 잘난것 없는 이의 편에 서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마애불 닮고 싶다. 마애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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