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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가자미(가을小景)/김대근
    삼행詩 2014. 9. 10. 09:28

    가자미(가을小景)

     

    수레바퀴
    가는 듯 오고 오는 듯 가는 사이
    자란자란 쌓인 세월의 나이테
    미다지 문틈 사이로 가을 서성이다

     

    그리움 하나
    가을비 추적추적 창가를 서성일 때
    자맥질 멈추지 않는 그리움 하나
    미늘에 박힌 가슴은 매양 이리 아프다

     

    코스모스
    가마득 높은 하늘 그려지는 그림 한 폭
    자잘한 여름 흔적 아직도 남았는데
    미거한 흔들림에 꽃 멀미 하겠다

     

    귀뚜리 소리
    가랑가랑 벽 너머 세월 뻐개는 소리
    자작자작 말라가는 이 밤의 끝자락
    미월眉月도 귀를 열고 가을을 듣다

     

    강아지풀
    가생이로 비켜 피어 구멍 뚫린 마음에
    자꾸만 빗장을 풀어대는 딱정벌레
    미련은 또 한 겹 쌓여 흔들흔들…

     

    이발소에서
    가위 소리, 귀 끝에다 가을을 잘라놓다
    자위해보려 먹빛으로 발라보는 오늘
    미루어 생각해봐도 꿈인 듯싶은 삶

     

    길냥이
    가로등 불빛 아래 조는 그림자 둘
    자그마한 몸으로 짊어진 도시의 밤을
    미추골尾椎骨 파르르 떨어 떨쳐보려 하지만…

     

    한가위
    가득히 채워지는 달빛 아래로
    자동차 불빛 타고  회귀하는 연어들
    미주알 물집 잡힌 채 다시 떠나는 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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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들판은 여느 계절보다 걷는 재미가 제법 소소하다. 꽃이 필 때 보다 결실을 여물리는 자연이 훨씬 살아 있는 것 같다. 꽃에 취하면 기가 빨리는 느낌이지만 결실의 자연 앞에 서면 기를 충만하게 받는 느낌이다. 순전히 나만의 느낌이다.

     

     

     

     

    이즈음 들판에 넘쳐나는 것 중 하나가 강아지풀이다. 오늘의 산책에서 나름의 소득은 드물게 강아지 풀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딱정벌레 사진 한 컷이다. 구도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스마트폰을 가져다대니 그 작은 날개를 퍼덕여 호로록 날아가 버린다. 이 종은 크게 보아 딱정벌레라고 하지만 무당벌레라는 자신만의 이름이 있다.

     

    딱정벌레는 히틀러 시절 국민차의 이름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 차의 모양은 무당벌레를 형상화 했다. 작은 덩치에 딱정벌레를 닮은 귀여운 몸체로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모델이다.

     

    사실 딱정벌레목(―目 Coleoptera )은 동물계에서 가장 큰 목으로, 알려진 종류만 30만 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만 8000여 종이 있는 곤충이다. 그러나 흔히 바구미류와 딱정벌레류를 구분하고 있다. 지구상 모든 종의 삼분지일을 차지한다. 딱정벌레들이 지구의 사실상 지배자로 군림하게 된 데는 인간이 발명한 어떤 소재보다 가볍고 단단한 껍질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그런 껍질을 입는다면 단단한 철갑을 두른 것과 같다. 또 이들은 아주 민감한 안테나를 가지고 있다. 70km밖에서 발생한 연기와 자외선도 감지할 정도라고 한다. 무당벌레, 비단벌레, 개똥벌레 등이 모두 딱정벌레로 분류된다.

     

    딱정벌레 중에서 무당벌레는 독일의 국민차 비틀로 친근해졌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는 같은 딱정벌레 중 비단벌레의 등딱지가 주로 장식물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 최고의 사치품을 만드는데 사용되었고 중국에서는 비단벌레에 금속 테두리를 씌워서 장신구로 사용했으며 일본에서는 날개로 장식한 장롱이 호류사[法隆寺]에 남아 있다. 비단벌레는 주로 느티나무, 팽나무, 벚나무와 같은 민가와 가까이 있는 활엽수에서 서식한다. 비단벌레의 화려한 색깔과 무늬는 이 무늬가 빛에 반사되는 시각적인 신호로 짝을 찾는 곤충이기 때문이다.

     

    1975년 7월26일 경주의 황남대총에서 1500여년 만에 세상에 드러난 유물은 여태껏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환상적인 빛깔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유물은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라는 긴 이름이 붙여졌는데 정교하게 맞새김 된 금동투조판의 황금빛 무늬 사이사이로 비단벌레의 날개 2000여장을 하나하나 붙여 그야말로 영롱한 빛깔의 명품을 만들어 내었다. 곤충의 날개로 만든 이런 유물은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 희귀 문화유산이다. 신라의 높은 공예기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서라벌은 당시 주변국과 교류가 왕성하던 국제도시였다. 이방인들은  휘황한 마구를 갖추고 서라벌 시내를 누비던 신라인들을 경이롭게 바라봤을 것이다.

     

     

    ** 사진은 연합뉴스에서 가져옴

     

    어릴 적 외가 동네 공동마당에 커다란 노거수 느티나무가 있었다. 느티나무 아래는 마을사람 절반은 앉아도 될 만큼 너른 평상이 놓여 있었고 자주 이 그늘에 누워 선선한 바람을 즐기곤 했다. 그러다 딱 한번 서 너 개의 반짝이는 작은 무지개 빛깔의 군무를 본적이 있었다. 오랫동안 이 반짝이던 빛의 춤은 내 기억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느티나무 잎들을 쓸어 모아진 작은 돌 아래서 수명을 다해 죽은 비단벌레가 남긴 휘황한 등껍질을 본적이 있었다. 어린 눈에 보기에도 예쁘다 싶었다. 비단벌레는 지금 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제 496호로 지정된 곤충이다. 요즈음은 시골에서도 비단벌레를 보기가 쉽지 않다. 마을마다 있던 나무그늘도 점차 필요성을 잃어가고 있고, 더 이상 새롭게 그늘을 위한 나무를 심지 않고 남녀노소 모여 소통하던 평상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제 시골에서도 그늘은 무용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느티나무 그늘에 팔벼게를 하고 누워 무성한 잎들 사이로 번쩍이며 날아다니는 비단벌레를 보는 것은 이제는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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