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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곤달비(봄오는길목)/김대근
    삼행詩 2015. 3. 16. 22:59

    봄 오는 길목

     

    곤줄박이 물고 온 봄 소식 한 조각

    달피나무 끝 가지 매달아 익혀가는 건

    비늘잎 품에 안겼던 싹들의 배냇짓

     

    *주)비늘잎: 땅위 줄기의 밑동 등에 붙어 있는, 비늘 모양으로 변태한 잎. 겨울눈을 싸서 보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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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어디로 오는가? 봄은 밤에 오는가 낮에 오는가? 봄은 제 걸음으로 오는가 누군가의 등에 업혀 오는가?

     

    밭둑으로 퍼져가는 쑥을 보면 땅의 굴곡을 따라 오는 듯 싶기도 하고 진달래 산을 어찌넘는가 했더니 아침 나절마다 두견이 울음에 실어나르니 봄은 하늘을 날아오는가 싶다. 아침 인터넷 뉴스에 '올해는 봄 꽃이 성미 급하게 며칠 일찍~'핀다고 하니 가끔은 전선을 타고 오기도 하는듯도 하다. 섬진강 봄꽃 소식을 듣노라면 봄은 찰랑거리는 강물을 연어처럼 거슬러 오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흔히 계절이 순차적으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요즘 꽃샘추위에 노출되다보니 과연 그런가 의문이 들지만 기후라는게 매일로 쪼개어 보면 톱니바퀴 같지만 일년 정도의 묶음으로 본다면 아날로그적 흐름을 가진건 분명하다. 계절이 거꾸로 간다는 말은 인간의 엄살에 불과하다.

     

    명절에 뵙지 못한 모친도 뵙고 일요일 이상태 시인댁 혼사 참례를 위해 부산으로 가는길에 밀양을 지나니 산비탈마다 낙동강 물빛을 먹고 크는 매실들이 만개했다.

     

    요즘이 계절의 경계가 진한 색연필로 금을 그은듯 경계가 분명하다. 몇 시간 사이에 봄과 겨울 사이를 누비는 시간 여행자가 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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