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물섬(선운사에 동백꽃 필 때) 보드랍게 스치며 길 내는 볕살 물결처럼 너울져 봄 멀미 하겠다 섬약한 가지 끝마다 눌러보는 정념情念 보아라, 넘쳐도 줄지 않는 그 마음 물마루 저 너머서 밀려 온 남풍은 섬돌에 닿아 부서진 푸른 별의 핏방울 보채는 두견이 마음 먼저 산 넘어와 물에 ..
보물섬(입춘 지난 이즈음 목포) 보리싹 돋아나 봄날의 얼레빗 물길 끝 건져 올린 잘 생긴 홍어 섬려한 남도의 맛, 홍어앳국 한 그릇 보채어 겨우 내온 연포탕 한 자배기 물 깊은 바다가 아롱아롱 떠 오르다 섬월(纖月)이 들여다보는 남도 어느 식당 보득솔 옹기종기 해풍에 몸 씻는 언덕 물..
인절미(선정에 빠지다) 인등이 졸다 깬 사이 어깨로 내린 죽비竹篦 절 마당 어둠은 익은 채 쌓여가고 미구에 마주할 아침, 더디 흐르는 시간 인과란 묘해서 그런 듯도 아닌 듯도 절절히 그 끝을 헤아려 보지만 미궁에 빠져 허대는 야반 삼경의 산사山寺 인燐불타듯 찰나에 붙잡는 끄댕..
인절미(용미리 쌍석불) 인중 옆 마마인듯 남은 총알자국 절단돼 아물지 않는 우리들 상처 미늘에 살이 꿰어서 살아내는 오늘 인등引燈은 흔들려 세월도 꽃잎인데 절하는 노보살 엉덩이 풍성도 하시지 미륵님 방갓위로 몸 푸는 청솔 인과는 그러하니라 입가에 걸렸는데 절간의 목탁소리 ..
울주군(풍경소리) 울렁이는 밤 공기 파동을 타 넘어 주련柱聯에 새기는 화두로 피워보지만 군 생각 새로 친 가지 화르륵 번지는 들불 울울한 마음자락 먼 세상 헤맬 때 주몽晝夢길 저 너머로 뎅그렁 뎅그렁 군것들 버리려 앉아 이고 진 객客이 되다 -주몽晝夢:낮에 공상에 잠겨 꿈꾸는 것..
울주군(추억 두 조각) 추억 하나 울거미 문골 너머 외조부 해소 기침 주르르 풀려나 피어 흔들리는 추억 군불솥 관솔 향 젖어 먼 산을 넘다 추억 둘 울겅불겅 입안을 휘젓던 보리밥 주먹만 한 볼따구도 채워진 건 헛바람 군불 때 속을 데우던 그 시절도 금빛 -울거미 문골: 방문이나 장지 ..
울주군(탱자나무 집) 울 막이 탱자 가시에 달들이 둥둥 떠 주갈酒渴 등짐 삼아 하늘에 점 찍던 아재 군기침 내뱉어 놓던 설익은 세상살이 울멍줄멍 하늘에 빗금치던 탱자 울 주룩주룩 비 따라 노랑냄새 어지러워 군잎은 떼어놓고 익어갈 밤 기다려 울울한 가시 사이 헤집던 꿈의 결정 주..
삼행시-대자보(글 조각들) ⊙퇴고 대패질 품팔아 詩 한 편 더듬으며 자간字間을 훑다가 행간行間에 멈추다 보일 듯 얇은 막 걷어 졸여봐도 사라진 시어詩語 ⊙죽림竹林에서 대숲에 머물던 쉰내 나는 바람 자드락 거리며 발목에 매달리다 보름달 남겨논 자죽 겹쳐보는 걸음 ⊙보리밭 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