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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봄 小景) ◆제비꽃 보랏빛 민 얼굴 고개 숙인 제비꽃 물항라 고운 적삼 한 곁에 비껴놓고 섬지기 산 아래 논둑, 불러 모은 봄 햇살 ◆매화꽃 보글보글 끓어오른 가지 끝 매화송이 물새도 잠깐 졸다 놀라서 아득한 사이 섬운(纖雲)이 넓게 퍼져서 하늘도 매화밭 ◆쑥 캐는 아낙 보리..
보물섬(춘장대에서) 보득솔 몸을 굽혀 그리는 바다에 물 때 마다 오가는 먼 곳의 소식 섬섬한 바람 에이어 귓불 얼리는 2월 보다가 눈이 시려 돌아 본 그곳에 물바람 너울 따라 해변에 그리는 건 섬마다 솟아 지키는 수평선 한 줄 보드득 밟히는 앞 선 발자욱 물내음 봄을 실은 춘장대 바닷..
보물섬(선운사에 동백꽃 필 때) 보드랍게 스치며 길 내는 볕살 물결처럼 너울져 봄 멀미 하겠다 섬약한 가지 끝마다 눌러보는 정념情念 보아라, 넘쳐도 줄지 않는 그 마음 물마루 저 너머서 밀려 온 남풍은 섬돌에 닿아 부서진 푸른 별의 핏방울 보채는 두견이 마음 먼저 산 넘어와 물에 ..
보물섬(입춘 지난 이즈음 목포) 보리싹 돋아나 봄날의 얼레빗 물길 끝 건져 올린 잘 생긴 홍어 섬려한 남도의 맛, 홍어앳국 한 그릇 보채어 겨우 내온 연포탕 한 자배기 물 깊은 바다가 아롱아롱 떠 오르다 섬월(纖月)이 들여다보는 남도 어느 식당 보득솔 옹기종기 해풍에 몸 씻는 언덕 물..
인절미(선정에 빠지다) 인등이 졸다 깬 사이 어깨로 내린 죽비竹篦 절 마당 어둠은 익은 채 쌓여가고 미구에 마주할 아침, 더디 흐르는 시간 인과란 묘해서 그런 듯도 아닌 듯도 절절히 그 끝을 헤아려 보지만 미궁에 빠져 허대는 야반 삼경의 산사山寺 인燐불타듯 찰나에 붙잡는 끄댕..
인절미(용미리 쌍석불) 인중 옆 마마인듯 남은 총알자국 절단돼 아물지 않는 우리들 상처 미늘에 살이 꿰어서 살아내는 오늘 인등引燈은 흔들려 세월도 꽃잎인데 절하는 노보살 엉덩이 풍성도 하시지 미륵님 방갓위로 몸 푸는 청솔 인과는 그러하니라 입가에 걸렸는데 절간의 목탁소리 ..
울주군(풍경소리) 울렁이는 밤 공기 파동을 타 넘어 주련柱聯에 새기는 화두로 피워보지만 군 생각 새로 친 가지 화르륵 번지는 들불 울울한 마음자락 먼 세상 헤맬 때 주몽晝夢길 저 너머로 뎅그렁 뎅그렁 군것들 버리려 앉아 이고 진 객客이 되다 -주몽晝夢:낮에 공상에 잠겨 꿈꾸는 것..
울주군(추억 두 조각) 추억 하나 울거미 문골 너머 외조부 해소 기침 주르르 풀려나 피어 흔들리는 추억 군불솥 관솔 향 젖어 먼 산을 넘다 추억 둘 울겅불겅 입안을 휘젓던 보리밥 주먹만 한 볼따구도 채워진 건 헛바람 군불 때 속을 데우던 그 시절도 금빛 -울거미 문골: 방문이나 장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