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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보물섬(선운사에 동백꽃 필 때)/김대근
    삼행詩 2014. 2. 21. 11:07

    보물섬(선운사에 동백꽃 필 때)

     

    보드랍게 스치며 길 내는 볕살
    물결처럼 너울져 봄 멀미 하겠다
    섬약한 가지 끝마다 눌러보는 정념情念

     

    보아라, 넘쳐도 줄지 않는 그 마음
    물마루 저 너머서 밀려 온 남풍은
    섬돌에 닿아 부서진 푸른 별의 핏방울

     

    보채는 두견이 마음 먼저 산 넘어와
    물에 비친 잔설에 아득해진 사이
    섬광이 스친 그 자리 동백이 몸을 푼다

     

    보듬어 토닥이는 화두 같은 목탁 소리
    물러선 언덕 위 동백꽃은 선정에 들다
    섬질로 저며온 한철, 올해도 이리가는가

     

    註)
    -물마루: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수평선의 두두룩한 부분.
    -섬질: 널판지 옆을 대패로 미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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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소식은 항상 남쪽에서 북행한다. 여수 오동도에서 동백이 피었다하고 소식이 전해지면 이어 몇 주 쯤 지나서 광양 백계산 아래 옥룡사지가 온통 붉은 동백이 튀밥처럼 튄다. 동으로 퍼져나간 붉은 기운들은 통영... 거제도 골짝의 기름진 동백나뭇닢 사이로 방점을 찍는다.

     

    또 몇 주가 지나면 서쪽으로 목포 유달산에 여기저기 모롱모롱 동백이 핀다. 그후로 계속 북행을 하다가 전라도 고창 선운사 쯤에서 한 소끔 숨을 쉬다가 마지막으로 몸을 푸는 곳이 서천 마량리다. 그나마도 지구 온난화로 인해 동백꽃 개화선이 좀 더 북쪽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중에서 광양 백계산 아래 옥룡사지 동백나무 군락지와 선운사 동백을 유난히 좋아한다.

     

    전라남도 광양에 있는 옥룡사는 신라 경문왕 4년(864)에 우리나라 풍수사상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도선국사가 세운 절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 절터는 큰 연못이었는데 이 연못에 9마리의 용이 살면서 사람들을 괴롭혔단다. 이에 도선국사가 용을 몰아냈는데 유독 백룡만이 말을 듣지 않자, 지팡이로 용의 눈을 멀게하고 연못의 물을 끓게 하여 쫓아낸 뒤 숯으로 못을 메우고 절터를 닦았다고 한다. 주위의 동백나무숲은 절을 세울 때 땅의 기운이 약한 것을 보충(이것을 비보라고 한다) 하려고 꾸몄으며, 제자들의 심신수련을 위해 차밭을 일궜다는 일화도 전한다. 지금은 폐사가 되어 터만 남았고 7천여그루의 동백나무만 무성하다.

     

    선운사 동백은 그야말로 수 많은 문인들이 찬미해마지 않았던 곳이다. 다른 곳처럼 풍성하지는 않지만 잘 빠진 기와의 곡선과 딱 맞게 어울어지고 주변 풍광도 빼어나서 최고의 동백꽃을 선사하는 곳이다.

     

    이제 두어달이면 선운사에 동백이 흐드러 질것이다. 다리도 짧은데 가야 할 곳은 왜 이리 많은가? 이런 된장....

     

     

     

    - 그림은 몇 년전 선운사에 갔다가 핸드폰으로 그린 동백꽃... 이전 구린 옴니아2 폰으로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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