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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보물섬(입춘 지난 이즈음 목포)/김대근
    삼행詩 2014. 2. 18. 10:09

    보물섬(입춘 지난 이즈음 목포)

     

    보리싹 돋아나 봄날의 얼레빗
    물길 끝 건져 올린 잘 생긴 홍어
    섬려한 남도의 맛, 홍어앳국 한 그릇

     

    보채어 겨우 내온 연포탕 한 자배기
    물 깊은 바다가 아롱아롱 떠 오르다
    섬월(纖月)이 들여다보는 남도 어느 식당

     

    보득솔 옹기종기 해풍에 몸 씻는 언덕
    물 할매 노니는 남도의 꽃 우물
    섬 그늘 아른거리는 유달산 동백

     

    註)
    -섬월(纖月): 가느다란 달, 초승달이나 그믐달을 이르는 말.
    -섬려한: 섬세하고 곱다.
    -물 할머니: 우물이나 샘에 있다고 하는 늙은 여자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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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세월은 아날로그다. 가만히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기울여보면 계절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손끝이 맵게 춥던 겨울이 입춘이 지나면서 눈에 뜨이게 숨이 죽었다. 입춘은 겨울의 숨을 콱 죽여놓는 소금같다.

     

    몸이 근질거린다. 공부한답시고 한 3년 눌러놓았던 역맛살이 겨우살이처럼 내 몸을 내 정신을 숙주로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어지간히 오랫동안 눌러온 역맛살이라 이미 임계압력에 이른지도 오래다.

     

    세상일이 만만치 않음을 안것이 어제 오늘이 아니다. 그냥 휙 모든 걸 떨치고 가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바람이 되고 싶다. 떠나고 싶을 때 휘리릭 사라지고 마는 그런....

     

    이즈음 어디로 가면 좋을까 생각을 흘려보다가 맴도는 여울가에 남도의 목포가 있다. 

    이전에 새벽길을 나서 목포에 도착해서도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희끔한 아침이 시장끼와 함께 왔다. 마침 공단 입구에 허름한 식당 하나가 눈에 들었다. 대부분 공단의 일꾼들이 먹는 식당이라 칼칼한 찌게 생각이 간절했지만 메뉴는 정식 단일 메뉴였다. 그렇게 나온 아침을 마주하고 보니 역시 남도의 음식답게 풍성하다. 유난히 눈길이 가는 국 한 그릇... 물고기 내장과 부추를 넣어 끓인듯 하여 식감이 그다지 끌리진 않았으나 목이 메어 떠먹은 첫 숟갈에 입안을 감도는 맛이 황홀하다. 부추는 아니다. 이건 뭐란 말인가.

     

    서빙을 해준 아주머니를 잡고 물어보니 홍어앳국이란다. 부추같은건 보리싹이라니....아하!  참 귀한 음식을 맛 보는 구나 싶었다.

    입춘이 지나는 이즈음에 항상 생각나는 목포의 맛이다.

     

    어느쯤에는 아내와 목포 여행길에서 연포탕을 맛보게 된 뒤로 다른 곳에서 가끔 메뉴에 연포탕이 보이면 시키곤 하는데 여즉 목포의 그 맛을 찾을 수 없었다.

     

    마음을 잘 벼려야 겠다. 올 봄에는 목포로 가리라.남도의 맛과 유달산 동백이 여전히 내 마음의 방향추를 끌어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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