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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울주군(풍경소리)/김대근삼행詩 2014. 1. 23. 07:36
울주군(풍경소리)
울렁이는 밤 공기 파동을 타 넘어
주련柱聯에 새기는 화두로 피워보지만
군 생각 새로 친 가지 화르륵 번지는 들불울울한 마음자락 먼 세상 헤맬 때
주몽晝夢길 저 너머로 뎅그렁 뎅그렁
군것들 버리려 앉아 이고 진 객客이 되다-주몽晝夢:낮에 공상에 잠겨 꿈꾸는 것처럼 되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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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다가 오랫만에 조그만 암자를 찾았다.
대웅전에서 내어다보는 풍치가 또한 아기자기 하다. 빼어나게 잘난 나무도 없고 그저 잡목들이 질서없이 서 있는 계곡의 풍경이 서양화로 그려진 유화같다.참배를 하고 부처님을 뒤로 하고 대웅전에 반가부좌를 틀었다. 근 30년을 생각나면 잡았다가 놓았다가 하는 화두를 들었다.
화두에 잠깐... 호흡에 잠깐....어느 순간 마음은 허공을 날아올라 지구를 한바퀴 돌다가 과거와 현재를 몇 십 년을 광속으로 오고 간다. 자라지 않은 과거에 물을 주어보기도 하고 흐릿한 미래의 창에 입김을 불어 딲아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까무룩... 기억이 사라지는 시공간을 헤맨다. 뎅그렁 뎅그렁... 바람이 부는가? 화들짝 놀라서 다시 화두에 마음을 붙여본다. 마음은 바람이 되어 호흡에 잠깐... 화두에 잠깐...그러다가 어느새 다시 과거로 미래로 유랑한다. 기억이 사라지는 공간은 문도 담도 없어서 그저 마음이 고였다가 흐르기를 거듭한다.
다시 깨어난다. 뎅그렁 뎅그렁... 흘러다니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나인가?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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