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행시-보물섬(봄 小景)/김대근삼행詩 2014. 2. 27. 09:04
보물섬(봄 小景)
◆제비꽃
보랏빛 민 얼굴 고개 숙인 제비꽃
물항라 고운 적삼 한 곁에 비껴놓고
섬지기 산 아래 논둑, 불러 모은 봄 햇살
◆매화꽃
보글보글 끓어오른 가지 끝 매화송이
물새도 잠깐 졸다 놀라서 아득한 사이
섬운(纖雲)이 넓게 퍼져서 하늘도 매화밭
◆쑥 캐는 아낙
보리밭 두둑에 엉덩이 튼실한 아낙
물 오른 쑥을 캐며 그려 놓는 음표
섬기는 그 뉘를 위한 오늘 저녁 풍성하겄다
◆섬진강
보려니 눈이 부셔 기어코 감고 마는
물비늘 내비치는 볕 살의 궤적
섬광들 새로 태어나 허공에 뿌려지는 보석들
◆재첩을 심다
보슬비 맞으며 물질하는 아낙들
물을 밟으며 꼭꼭 심어놓는 재첩
섬수(纖手)로 다시 거둘 때 꿈을 깨는 봄
◆쌍계사 십 리 길
보얗게 핀 건 꽃인지 안개인지
물결 따라 걸었던 십 리 길 내내
섬돌에 꽃으로 피는 천 년의 이끼
◆오동도 소식
보채듯 바람 따라 전해온 소식 하나
물 건너 작은 섬에 동백꽃 피어나
섬 둘레 구석마다에 봄 익히는 소리
◆버들강아지
보풀보풀 솟아난 봄볕의 터럭
물 내음 피는 곳에 몸 푸는 버들강아지
섬약한 가지들마다 매달린 나른한 봄
註)
-보잇한: 조금 보유스럼 한 듯하다.
-섬지기: 볍씨 한 섬의 모를 심을 만한 논의 넓이(2,000~3,000평).
-섬운(纖雲): 얇고 자잘하게 깔린 구름.
-섬수(纖手): 가냘픈 손.'삼행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행시-노인정(보리밥 나무)/김대근 (0) 2014.06.06 삼행시-꽃다지(남도 꽃길)/김대근 (0) 2014.04.09 삼행시-보물섬(춘장대에서)/김대근 (0) 2014.02.24 삼행시-보물섬(선운사에 동백꽃 필 때)/김대근 (0) 2014.02.21 삼행시-보물섬(입춘 지난 이즈음 목포)/김대근 (0) 201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