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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노인정(보리밥 나무)/김대근
    삼행詩 2014. 6. 6. 16:39

    노인정(보리밥 열매)

     

    노거수 길게 누운 저물녘 동구 밖
    인동초 발목 감싼 보리수 한그루
    정갈히 가다듬어온 붉은 봄의 결정結晶

     

    노린재 한 마리 갈길 놓치고
    인누에 잠 깨듯 벗지 못한 꿈
    정양正陽에 찾아 떠난 길, 삶도 그렇지!

     

    노랑나비 퍼덕이는 볕 살의 일렁임
    인연 끈 부여잡고 뒤척이는 은빛 잎
    정염情炎에 달아오른 몸, 붉기도 해라

     

    註)
    *정양正陽: 한 낮
    *노거수老巨樹: 크고 오래묵은 나무
    *인누에:잠에서 막 깬 누에


    ----------------------------------------------------------------


    새롭게 사람을 만나 통성명을 하다보면 성씨가 다름에도 영화배우 "이대근"씨와 연상하여 화제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가끔 있다. 한문식 이름이 정착하면서 同名異人이 많은 것이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작명학에서 말하는 좋은 글자와 조합은 무한하지 않고 인구는 많으니 자연히 같은 글자로 이름을 지은이가 많아진 탓이다.

     

    얼마전 조사에 의하면 한달에 일만명이 넘는 사람이 개명신청을 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이름을 바꾼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석을년, 강도야, 경운기, 홍한심... 등등의 이름은 거의 다 개명신청이 받아들여 진다고 한다. 이름은 한 개인의 또 다른 인격이나 마찬가지이다. 태어나 다른 이와 분간하기 위한 개인적 인격의 표현으로 지어지는 이름... 그 이름이 분명 그 자신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평생 동안 자신을 나타내는 단순한 약속인 이름을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살기도 한다.

     

    사람의 同名異人처럼 나무에도 같은 이름의 다른 나무가 있다. '보리수'가 그것이다. 인도에서 건너온 보리수는 석가모니가 그 나무 아래서 見性하여 菩提를 이루었다하여 붙여진 것으로 나뭇잎이 넓고 크며 씨앗으로는 염주를 만들기도 한다. 또 다른 보리수는 "보리밥' 나무로도 불리는 나무로 5월쯤에 붉은 열매를 맺는데 꽤 달고 맛있다. 달기는 하지만 떫은 맛도 섞여 있다. 표면에는 하얀 점들이 있어 표면이 매끄럽지 못하고 까끌까끌하다. 이 열매는 5월에서 6월로 넘는 계절의 경계선 무렵 시골 노친내들이 내다 파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요즈음은 꽤나 비싸다.

     

    회사 정원에 한 그루의 보리수 나무가 있어서 나의 5월을 즐겁게 해준다. 며칠전 종이컵에 두컵이나 수확을 했지만 요즈음 아이들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 추억을 공유하려던 계획은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심지어 덧붙여진 아내의 한마디는 개인의 추억은 같은 경험이라도 그 무게는 다르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보리밥... 저거 어릴때 많이 먹지 않았소?"
    "난 처음 보는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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