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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꽃다지(남도 꽃길)/김대근삼행詩 2014. 4. 9. 11:51
남도꽃길
하동포구 80 리
꽃소식 따라서 출렁이는 팔십 리
다박다박 남긴 자죽 세상의 빛깔들
지새워 달려온 길은 바람도 따습다
매화
꽃마다 머금은 저 깊은 우주
다다귀다다귀 하얗게 성기고 엉키어
지간(枝幹)에 그려 붙이는 수묵화 한 점
참게장
꽃놀이 취한 끝 받아논 남도밥상
다닥뜨린 섬진강 밑바닥 속마음
지렁장 짭조르한 맛, 지리산 골바람이다
제첩잡이
꽃눈(芽) 터지는 봄날의 일렁임
다르륵 구르는 섬진강의 보석들
지켜온 한 철 풀어내 꾸는 꿈 자락
쌍계 십 리 길
꽃등(燈) 밝힌 쌍계사 들목 십 리 길
다갈솥 꽃달임 실어가는 물소리
지펴진 들불처럼 타오르는 세상
섬진강 꽃굴
꽃무늬 찍어내는 섬진강 나루터
다디달게 드러내는 동해부인 속살
지밀한 물 깊은 소식 꽃으로 핀다
고로쇠물
꽃내음 따르락 골짝을 두드리면
다람쥐 길따라 물 내는 고로쇠
지절한 그리움 쌓여 목젖을 태우다
동백꽃
꽃으로 돌아와 핀 아무 때 그 사람
다팔다팔 흔들리는 생시인 듯 꿈인 듯
지노귀 굿판에 선, 눈물겨워라 저 붉은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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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 흘린 땀방울 하나도 허투루 쓰이지 않고 고스란히 모여 흐르는 섬진강은 참 기름지다. 섬진강이 짧은 여정을 마치고 바다가 되는 하동포구는 봄으로 난 창(窓)이다. 이 창(窓)으로 봄이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마침내 이 창(窓)이 열리고서야 삼천리 강산으로 봄이 퍼진다. 그래서 이 땅의 봄 소식은 남도를 통해서 전해진다. 꽃놀이 가는 길은 수백리 길로 지난한 길이다. 모두가 한 날 길을 나선터라 차와 사람과 꽃이 삼분지 일 씩이다. 관광버스들은 봄 바람을 탄 것인지 출렁대며 흐르고 벚나무 아래를 걷는 사람들은 벚꽃물이들었는지 얼굴이 발그레 하다. 방귀에서도 벚꽃내가 나는 것 같다.그 중에서 봄의 길을 여는 데는 매화만 한 꽃이 없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 건너 산자락에 등을 기댄 홍쌍리가는 매실로 유명하다. 그 많은 매실을 수확하려니 매화나무 많이도 심었고 매화꽃은 이른바 자연이 주는 덤인 셈이다. 이 농장에 매화꽃이 필 무렵에는 벌보다 사람이 더 먼저와서 법썩이다. 여기서 조망하는 지리산도 섬진강도 참 빼어난데 사람들은 눈에다 꽃 도장만 찍어간다. 가끔은 알코올의 과잉섭취로 눈이 빨개져서 매화꽃을 복사꽃이라 우기는 이도 있다는게 봄 꽃놀이의 티끌이다. 매실차 한 잔을 공짜로 얻어 먹었다. 새콤한 맛이 공복의 뱃속을 자극해서 온 몸이 저릿하다.
섬진강의 먹거리도 많지만 그 중의 백미는 역시 참게장이다. 밑반찬의 가지수가 많은 남도의 밥상에 참게장을 곁들이니 이만한 별미가 따로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배가 부르니 얕게 흐르는 여울도 깊게 보인다.
봄 섬진강 가에 서보면 제첩을 잡는 아낙들의 모습이 도회인이 보기에 생경하다. 허리께쯤까지 잠긴 채로 재첩들을 긁어 빨간 대야에 담는다. 찾는 사람은 많고 재첩은 더디 자라니 우리가 먹는 상위에는 바다 건너온 중국산 제첩도 간간히 오른다고 한다. 그렇긴해도 여행길에서 맛보는 향토음식은 별미중의 별미가 아니겠는가. 그저 저 섬진강에서 자란 것이겠거니 할 밖에...
섬진강에서 맛볼수 있는 또 하나의 별미가 꽃굴이다. 일반 양식굴보다 두배이상의 크기로 식객의 기를 꺾어 놓는다. 우유빛 속살의 빛깔도 좋지만 식감도 좋다. 한개만 까놓아도 요기가 될 만하다. 굴을 또 다른 말로 "동해부인(東海婦人)"이라고 한다. 속살이 뽀얗고 풍성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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