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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복수초(목련개화탐망기)/김대근삼행詩 2014. 6. 10. 18:26
복수초(목련개화탐망기)
첫날
복닥복닥 벚꽃들 허공에 여울지는 때
수줍어 망설이듯 뾰조롬 망울만 매달다
초하루 바람은 찬데 사람의 마음만 바빠다셋날
복사꽃 터진 소리 메아리 되었던지
수런수런 주고받는 비단같은 바람결
초롱한 낯빛 내밀어 하늘에 방점 찍다아흐렛날
복받치듯 화르르 들불처럼 피던 날
수작질로 하루가 더 짧은 봄 볕
초록에 찍은 하얀빛 그림으로 남다열이튿날
복잡한 포도鋪道 누인 몸위로 남겨진 자죽
수척해진 봄 볕도 마침내 시들고
초연히 맞이한 삶 끝, 우리도 저러려니====================================================
해마다 봄볕을 티우는 목련꽃은 올해도 피었다가 졌다.. 모든 꽃이 그렇듯 목련꽃이 피는 과정도 따지고보면 지난한 과정의 결과다.
오래전 여인과 꽃이라는 글에서 목련은 50대 여인과 같다고 쓴 적이 있다. 넓고 풍성한 꽃의 매무새가 그렇고, 자식의 출가 시킬때 하얀색의 웨딩드레스나 세상버린 어른들을 배웅하는 상복의 색 같이 하얀색과 가까워 지는 나이가 50이다. 강해보이지만 모랫바람에도 상처를 입고 스스로를 시둘리는 것도 갱년을 맞는 여인같다. 고상한듯 하지만 농염한 향기 또한 갈무리하고 있는 점도 닮았다.
회사 뜨락에 몇 그루의 목련이 있는터라 서너 해 전 봄에는 작심하고 목련이 피는 것을 탐망해 본 적이 있다. 자연이 흐르는 모습을 아날로그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매일 관찰하고 글로 쓰면서 보낸 이십여일은 두고두고 여운을 남기고 있다.
다음 숙제는 막 피기전 목련 꽃몽우리로 목련차를 만드는 일이다. "올 봄에는 꼭 해보리라" 마음을 다지지만 벌써 넘긴 봄이 서너번이다. 올해 봄도 그렇게 흘려버리고 말았다. 마침 꽃차를 담은 병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내년 봄에는 하늘이 두쪽이 나드라도... 하고 별러보지만 또 허당이 되고 마는 쪽에 돈을 걸어도 좋으리라.
푸르르~~ 바람에 무성한 잎을 부비며 목련이 웃는다. 볕 좋은 여름, 꽃은 가고 신록에 취한 가지는 기운이 뻗치는 중이다.
ps: 구린 옴니아2폰으로 그렸던 목련피는 모습~ 구렸지만 그림그리기는 좋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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