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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조약돌(밤꽃 향 날릴때)/김대근
    삼행詩 2014. 6. 18. 19:49

    조약돌(밤꽃 향 날릴때)

     

    조용한 산골 비릿하게 핀 밤꽃
    약한 바람따라 퍼지는 관능
    돌아온 박 씨네 벌통 꿈에 잠기다

     

    조릿대 잎 부벼 전해진 바람 너울
    약밤나무 가지마다 피어난 두견이울음
    돌라맨 벌통마다 여무는 세상

     

    조각구름 지나다 만든 그늘 반 평
    약술에 박 씨는 반나절도 졸리워
    돌감 꽃 무늬를 덮고 까무룩 잠이 들다

     

    ============================================

     

    두 달에 한번 정도는 주말에 일직을 맡게 된다. 일요일에 맡게되면 참 무료하고 따분하다. 외부에서 전화가 오는 일도 드물고 현장에 작업도 없는 날 같은 때는 일직도 참으로 곤욕스럽다.

     

    그제 일요일도 달포만에 돌아온 당직이었다. 날 지난 신문을 몇 번 뒤척거려 본다. 이미 구문舊聞이 되어 버린 소식들이 늘어진 말부랄 같다. 도저히 긴장감이 없는 시간들이다.

     

     

     

     

    현장 순찰을 대충 마치고 회사 가장자리 숲길로 산책을 다녀왔다. 숲은 이즈음이 제일 활기에 차 있는듯 하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는 소리처럼 숲이 살아 숨쉬는 소리가 들린다. 좀 더 귀를 바짝 열어본다. 조경사가 가꾸는 작은 텃밭에 오이 몇 고랑에도 노랑색 알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심지가 다해버린 줄기의 끝에는 오이가 가녀린 자신의 몸집에 여름 햇살 조각들을 여물리고 있다.

     

     

     

     

    여름 햇살은 만물을 키우는 전능을 지니고 있다. 골프공만한 저 수박도 매일 매일 제 몸 둘레 만큼씩 햇살을 한겹 한겹 입어가고 있다.

     

     

     

    복분자도 지금은 지천인 시절이다. 늙은이가 먹고 요강이 뒤집어 진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게 왠 횡재인가 싶어 한 웅큼 따 먹는데 "딱~"하는 소리와 함께 몇 걸음 앞에 골프공 하나가 날아와 푸석이며 박힌다. 회사와 경계를 잇대고 있는 골프장에서 삐리한 골프들이 날린 삐딱선 골프공을 열댓개나 주었다. 나야 프롤레타리아라 골프 따위는 언감생심이니 두었다 필요한 이에게 주면 될 터이다.

     

     

     

    회사에서 심어놓은 밤나무에도 밤꽃이 활짝 피었다. 밤꽃이 내뿜는 관능적인 향은 매력적이다. 남자의 본능을 깨울만 하다. 옛부터 밤 꽃 향 날릴때는 과부는 밤밭 출입을 금했다나 어쨋다나... 개량종인 이 녀석들은 머지않아  어른 손바닥만한 알밤을 품게 될것이다. 올가을이 벌써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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