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삼행시-조약돌(개망초 이야기)/김대근
    삼행詩 2014. 6. 13. 20:43

    조약돌(개망초 이야기)

     

    조마조마 가슴 안고 떠났던 이민선移民船
    약하게 숨 쉬다 꺼져버린 조선땅
    돌아온 빈 배에 실려 씨앗으로 하나 둘

     

    조선의 숨결 황토재 겨워 넘을때
    약해빠진 풀 한포기 새로 돋아나
    돌멩이 뒤에 숨어서 흰 꽃 피웠지

     

    조각달 뜨는 밤 바람 타고 흘러서
    약둥이 눈살 곱듯 방방곡곡 퍼지더니
    돌돌돌 개울가마다 피어난 꽃무리

     

    조선의 민초들 그 꽃보니 자꾸 슬퍼져
    약비나서 지어준 이름이 개망초亡草
    돌미륵 눈빛 아래서 만난 꽃 이야기

     

    註)
    1.약둥이: 약고 재빠른 사람
    2.약비나서:정도가 지나쳐 진저리가 날 만큼 싫증이 나다.

     

    ====================================================================


    갈수록 날씨가 더워지는 탓인지 6월초임에도 코스모스가 피고 개망초도 일찌기 피어 가녀린 몸을 흔든다. 개망초는 약해빠진 모습과는 달리 우리 들판의 제왕이 되었다. 이 개망초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귀화식물이다.

     

    이 식물이 우리나라로 전해진 경로도 슬프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말 망해가는 조선에서 새로움 꿈을 찾아 북미의 애니깽 농장으로 이민을 떠났다. 애니깽 농장에서 지난한 세월동안 뼈를 깎는 고생을 했다는 것은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다들 알고 있다.

     

    이민선이 오가면서 실어나른 것 중의 하나가 개망초였다. 처음에는 우리 식생에 적응하지 못하여 허물어져 생살을 드러낸 언덕같이 다른 식물이 없는 곳에서 자라다가 이제는 온 산천을 뒤덮고 있다. 처음보는 이 식물이 꽃을 피울때 즈음에는 나라는 이미 망해가는 중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꽃에게 망할 망亡, 풀초草로 '망초'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후 나라가 망하자 이 꽃은 더욱 원망의 대상처럼 되어 비하와 천대의 뜻인 '개'가 덧붙여져 개망초가 되었다.

     

    올해는 유난히 꽃들이 일찍 피었다. 코스모스도 간간히 피어 흔들리고 장미도 보름쯤 일찍 핀데다 보리수 열매도 한참 일찍 여물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려는 징조인가... 종말의 시작인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