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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탱자나무 집) 울 막이 탱자 가시에 달들이 둥둥 떠 주갈酒渴 등짐 삼아 하늘에 점 찍던 아재 군기침 내뱉어 놓던 설익은 세상살이 울멍줄멍 하늘에 빗금치던 탱자 울 주룩주룩 비 따라 노랑냄새 어지러워 군잎은 떼어놓고 익어갈 밤 기다려 울울한 가시 사이 헤집던 꿈의 결정 주..
삼행시-대자보(글 조각들) ⊙퇴고 대패질 품팔아 詩 한 편 더듬으며 자간字間을 훑다가 행간行間에 멈추다 보일 듯 얇은 막 걷어 졸여봐도 사라진 시어詩語 ⊙죽림竹林에서 대숲에 머물던 쉰내 나는 바람 자드락 거리며 발목에 매달리다 보름달 남겨논 자죽 겹쳐보는 걸음 ⊙보리밭 대구..
겨울素景 •눈 내린 풍경 김 서려 흐릿해진 유리 벽 너머 장렬히 내리박힌 맨몸의 유성流星들 철겨이 내리는 서설, 소나무 백발이 되다. •눈길 김구 선생 남긴 말, 눈길 함부로 걷지 마라 장부가 걸어간 길 후인의 이정표려니 철마다 다시 새겨도 여전히 어긋지는 걸음 •겨울들..
이지원(무화과) 이 가을 그대에게 드러내는 마음의 깊이 지난여름 오롯이 담긴 붉은 속 꽃잎 원추리 피고 진 비탈 외로이 선 무화과나무 ------------------------------------------------------- 무화과(無花果)나무는 말 그대로 꽃이 피지 않는다. 무화과 열매를 반으로 갈라보면 빨갛게 익은 속살이 꽃..
이지원(가을비 내리는 아침) 이 가을, 성긴 마음 골 타고 흘러서 지그시 눌러온 옛일 하나 꿈틀이다 원(圓) 하나 작게 떠 올라 그리는 낯익은 얼굴 이우는 잎의 눈물 비꽃 피어 나리고 지돌이 산길로 숲 안개는 꿈에 젖다 원망이 곰삭은 자리 여전히 까끌한 흉터 이 비가 지나간 자리 행여 ..
산능선(천안 삼거리 주막) 산길 들길 남북으로 길 여는 나그네 능수버들 발 잡혀 어둠에 잠긴 주막 선걸음 전라 경상길, 자취만 흐릿 남아... 산너머 꽃 피는 구름 남녘이련가 능소화 내맘처럼 붉어져 술렁이다 선 하나 긋고 또 보면, 문득 바람 한 줄 산새 들새 울어서 닳아버린 길손의 밤 ..
산능선(가을 빠진 저수지) 산그늘 끝 마디에 치잣물 떨어져 능청능청 번져가는 수채화 한 폭 선버들 몸푼 저수지 갈빛 깊이 들다 산 아래 작은 마을 어둠 내리면 능금나무 가지끝 불 밝힌 붉은 알 전구 선걸음 나서는 길에 바스락 부서지는 가을 註) *선버들: [식물] 버드나뭇과에 속한 낙..
가마골(꽃무릇(相思花) 피어...) 가녀린 허리 비틀어 하늘 두드리다 마침내 터져버린 붉은 연심(戀心) 하나 골똘히 곱씹어봐도 늘 엇갈린 인연 가을에 그대 마음 머리에 이고 섰건만 마중 나온 소식으로 세월은 바싹거리네 골 해가 지나고 나면 나 그대 만날는지 가는 길 내 마음 하늘에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