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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산능선(가을 빠진 저수지)/김대근
    삼행詩 2013. 9. 30. 14:24

    산능선(가을 빠진 저수지)

     

    산그늘 끝 마디에 치잣물 떨어져
    능청능청 번져가는 수채화 한 폭
    선버들 몸푼 저수지 갈빛 깊이 들다

     

    산 아래 작은 마을 어둠 내리면
    능금나무 가지끝 불 밝힌 붉은 알 전구
    선걸음 나서는 길에 바스락 부서지는 가을

     

    註)
    *선버들: [식물] 버드나뭇과에 속한 낙엽 활엽 교목. 물가에서 자라며 목재는 땔감, 제방림으로 쓰인다. 우리나라, 만주, 우수리 강 등지에 분포한다.
    *갈빛:[명사] 검은색을 띤 주황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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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 내 감기로 고생을 했다. 약 없이 대증요법으로 어찌 해보려 했더니 꽤나 부대낀 일주일이었다. 게다가 순천까지 장거리 출장을 다녀온데다가 번역해야 할일까지 생겨 이럭저럭 몸과 마음에 모두 무리를 한 탓에 토요일 오후 퇴근하지 말자 몰아치기 잠을 잤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방바닥을 뒹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오전내 쏟아지는 비를 핑계로 뒹구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다. 10월 첫주말까지 문학지에 보내야할 원고가 두 건이나 되는데 이리저리 구상을 해본다고 해도 영 마뜩찮다. 몸의 컨디션이 상큼하지 못하니 생각도 상큼하지 못하다. 눅눅한 날씨만큼 기분도 꿀꿀하다.

     

    오후에 날씨가 좀 빤해지니 이내 아내가 바람 쐬러가자고 채근이다. 하긴 그동안 허파에 공급해야할 새 바람이 조금 모자랐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허파는 항상 신선한 바람이 필요한 장기다. 일주일내 회사일에만 매달려 있었더니 허파로부터 전해지는 쿰쿰한 냄새에 역겹던 참이다.

     

    "어디로 가지?"
    "그건 당신이..."
    드라이브던 먼 여행이던 코스를 정하는 것은 항상 내 몫이다. 사실 코스를 정하는 것도 나름 고역중의 하나다. 두뇌속의 시냅스들을 급격히 활성화시켜야 되므로 당연히 뇌에 오버로더가 걸리게 마련이다. 이 고충을 몰라주는 아내가 섭섭하지만 공간지각이 떨어지는 여자의 일반적인 특질이라 애써 위안하고 만다. 내가 가끔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는 충북 진천에 있는 보탑사로 자주 간다. 습관적으로 길을 그쪽으로 잡으니 오늘은 절에는 가고 싶지 않단다. 참 나~ 그러면 본인이 코스를 잡던가...

     

    그래서 다시 길을 잡은 곳은 농다리다. 각종 광고에 등장해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축조한지 1천년이 흐른 이 다리는 동양 최고(最古)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고려시대에 축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네를 연상시키는 이 다리는 자연석을 배모양으로 쌓은 다음에 교각과 교각 사이를 평편한 돌로 연결한 형태이다. 순수하게 돌로만 쌓아졌음에도 거센 물살을 견디며 천년 세월동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조상들의 지혜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전체적인 모양으로 본다면 과거 정조대왕이 능행을 할때 한강을 건너기 위해 나룻배들을 촘촘히 대고 배와 배 사이를 널판을 깔아 만든 부교(浮橋)의 형식이다. 이 방식은 현대의 전장(戰場)에서 도강(渡江)을 할 때 그대로 사용한다.

     

    농다리를 건너 서낭당이 있는 고개를 넘으면 초평저수지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이 다듬은 탓에 저수지 가생이로 산책로가 참 예쁘게 만들어 졌다. 멈추었던 비가 다시 오니 산책로 데크위 상수리 나무 넓은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작은 오케스트라 연주회 같다. 데크위에 가장 먼저 가을티를 내는 건 아카시아 잎들이다. 이슬비에도 우수수 떨어져 데크위에 어지러운 무늬를 만들고 있다. 비에 젖은 낙엽들은 밟아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가을의 정취가 반감되고 만다. 산정(山頂)이 노랗게 치잣빛으로 물들었다. 아마 저 노란빛은 야음을 틈타서 아래로 제 세력을 넓혀 나갈 것이다. 스믈스믈 그렇게 내려와 마침내는 풍덩 저 물에 빠지고 말리라. 가을은 늘 물에 빠져 죽고 만다.

     

     

    ★ 천년을 버틴 농다리

     

     ★ 헤엄치는 용같다. 초평저수지의 한 자락~

     

    ★ 저수지와 산책 데크... 호젓하고 운치있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오가는 사람도 적다. 

     

     ★ 하늘다리... 농다리에서 약 1.5Km 정도 데크를 따라가면 나온다. 출렁대는~~ 내 마음처럼...

     ★ 되돌아 오는 길... 저수지에 빠진 산과 하늘~ 그리고 가을...

     ★ 비오는 날은 노가다도 쉬는 날...내 삶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그래서 쉬는 중~

    ★ 바람난 가을~ 사람도 바람나면 옷 매무새부터 달라진다고 하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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