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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가마골(그리움 하나)/김대근
    삼행詩 2013. 9. 21. 23:28

    가마골(그리움 하나)

     

    가을 들 나긋나긋 햇발 떨어져
    마중 나온 볍씨에 금빛 관 씌우네
    골바람 줄기 끝마다 살 오르는 한 철

     

    가을 산 투닥투닥 밤톨 돋아나
    마음에 틔우는 솔잎 같은 그리움
    골 넘는 남녘 바람에 한 조각 태워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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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의 사이에 생기는 애틋함을 삭히기는 쉽지 않다. 애틋함을 삭히는 촉매는 세월이 유일하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 잘 묵혀진 애틋함은 윤기 흐르는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살아오면서 잘 삭혀지는 애틋함만 있는건 아니고 제대로 삭혀지지 않아서 마음에 생채기로 남는 것도 더러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것들은 시시때때로 의식의 표면으로 떠올라  까스라기처럼 마음을 아리게 한다.

     

    우리의 삶이란 늘 나와 나 이외의 것들로 구분된다. 사람들, 동물들, 풍경들... 이런 모든 것들이 나 이외의 것들이다. 어떤 생채기는 가을초입 부는 바람소리에 반응하고, 어떤 생채기는 처마끝으로 떨어지는 빗 방울 소리에 파동하기도 한다.

     

    나 이외의 것들은 결국 오감을 통해 내가 뇌를 통해 마음이라는 공간이 인식한 하나의 정보일 뿐이다. 그러니 사실 마음을 비우면 모든 것들이 해결될 일이다. 그러나 이런 말이야말로 세 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팔 십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 어렵다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내게 생채기로 남아 있는 것들은 가을의 초입에 주로 나타난다. 아마도 성향의 문제인 듯 하다. 가을이라는 공간의 파장이 내 마음의 파장과 잘 공진하는 모양이다. 올해 무의식에서 부유하여 의식의 공간으로 넘어 온 생채기는  감기와 함께 왔다. 며칠 몸이 괴로우니 마음도 괴롭다. 올 가을초입은 제법 큰 생채기가 부유浮流해 마음이 영 까끌하다. 이것도 나이가 먹어가는 탓인지 아니면 감정의 골짜기가 메마른 탓인지 모르겠다. 감정의 골에 수분이 부족하니 그쪽의 면역도 떨어진 것 같다.

     

    남쪽 어딘가로 소식하나 바람에 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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