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행시-가마골(꽃무릇(相思花) 피어...)/김대근삼행詩 2013. 9. 27. 11:22
가마골(꽃무릇(相思花) 피어...)
가녀린 허리 비틀어 하늘 두드리다
마침내 터져버린 붉은 연심(戀心) 하나
골똘히 곱씹어봐도 늘 엇갈린 인연가을에 그대 마음 머리에 이고 섰건만
마중 나온 소식으로 세월은 바싹거리네
골 해가 지나고 나면 나 그대 만날는지
가는 길 내 마음 하늘에 걸어두면
마파람 불 때 그대 잎이 되어 피겠지요
골병든 마음 끝자락, 나 이렇게 피었다 가오註)
골: 만(萬)의 우리 옛 말
----------------------------------------------------(2013년 9월 24일 서해안고속도로 고창휴게소에서 찍음)
꽃무릇은 애틋한 꽃입니다. 석산(石蒜)이라는 식물명이 있지만 우리말인 꽃무릇이 더 정감가는 이름입니다. 일명 붉은상사화(相思花)라고도 불립니다. 이 꽃이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꽃과 잎이 서로 다른 때에 피어서 서로 만날 수 없기에 꽃은 잎을, 잎은 꽃을 그리워 하기 때문이랍니다. 영어 이름은 Red spider lily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붉은 거미 백합'이니 아마도 꽃의 생김새가 거미를 닮은 탓이겠지요.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도 재미있는데 ひがんばな(히간바나), 즉 피안의 꽃(彼岸花)으로 불린다네요. 피안으로 가려면 군더더기 없어야 한다는 뜻인지...
꽃무릇의 꽃말은 '참사랑', '이룰수 없는 사랑'인데 참사랑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수평적 가치선상에 놓여있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습니까? 그럼 이룬 사랑은 가치롭지 않는 것일까요? 사랑은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것이므로 끊임없이 갈구해야 하는 사랑은 결국 인간의 한계가 아닐런지...
꽃무릇으로 유명한 곳은 전라도 함평에 있는 용천사라는 고찰입니다. 이곳이 유명해지자 이웃동네 고창 선운사에도 꽃무릇 밭을 꾸몄지만 꽃무릇을 감상하는데 제격인 달밤의 풍치는 용천사에 미치지 못합니다. 용천사의 꽃무릇을 주제로 쓴 詩로 2004년에 불교문학상 공모에 당선되었으니 꽃무릇과의 인연이 얕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곱씹어보니 내게는 이룰 수 없는 사랑보다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이 깊은듯, 가을 하늘 맑기도 합니다.
'삼행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행시-산능선(천안 삼거리 주막)/김대근 (0) 2013.10.02 삼행시-산능선(가을 빠진 저수지)/김대근 (0) 2013.09.30 삼행시-가마골(새잎 돋는 杜沖)/김대근 (0) 2013.09.22 삼행시-가마골(그리움 하나)/김대근 (0) 2013.09.21 삼행시-가마골(감 익는 마을)/김대근 (0) 2013.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