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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김장철(겨울素景)/김대근
    삼행詩 2013. 11. 29. 13:28

    겨울素景

    •눈 내린 풍경
    김 서려 흐릿해진 유리 벽 너머
    장렬히 내리박힌 맨몸의 유성流星들
    철겨이 내리는 서설, 소나무 백발이 되다.

     

    •눈길
    김구 선생 남긴 말, 눈길 함부로 걷지 마라
    장부가 걸어간 길 후인의 이정표려니
    철마다 다시 새겨도 여전히 어긋지는 걸음

     

    •겨울들판
    김매던 노인 굽은 허리 펴기도 전에
    장닭 벼슬 골 타고 겨울이 논에 내리다
    철 그른 된바람 한 줄 잠시 스치다

     

    •김장날
    김칫소 버무리던 아내의 손끝
    장림심처長林深處 누비며 감칠맛을 건지다
    철 덜 난 딸내미는 입으로만 한철을 나고…

     

    •동구밖 풍경
    김지이지金的李的 모여서 궁글리던 동구 밖
    장대 끝 솟대 꼬랑지 오늘은 눈이 내린다
    철겅이 벗어논 허물, 벚나무 무늬로 남다

     

    註)
    -장림심처長林深處: 길게 뻗친 숲의 깊은 곳
    -김지이지金的李的:'김가이가'라는 뜻으로 성명이 분명하지 않은 여러 사람을 두루 일컫는 말
    -철겅이:잠자리를 가르키는 경남 동부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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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출근이 빠른 편이다. 거의 1착으로 도착하는 편이다. 오늘도 6시30분쯤 구내식당을 나서자 먹빛 어둠이 시야에 들어오다가 갑자기 하얀 눈풍경이 쓰나미처럼 닥쳐든다. 밤새 눈이 제법 내렸다.

     

    눈 온 날의 낭만을 즐기던 때도 있었지만 세파에 건조해진 탓인지 요즈음은 눈이 내린 풍경을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생산현장은 항상 시분을 다투는터라 쌓인 눈은 여러가지 면에서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그래서 눈이 온 날 아침에는 모든 직원들이 제설작업에 매달린다. 예전에는 간부급들이 감독을 하고 기능직들이 제설작업을 했지만 지금 생산현장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일어나 50대 이상인 부사장,이사,부장,차장들은 열심히 삽질을 하고 이제 40대인 부하들은 그저 시늉만 설렁설렁이다. 게다가 기능직들은 아예 모르쇠로 일관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현상들이다.

     

    얼마전에 유투브에 우리나라 공군에서 만든 레미제라블 패러디가 공전의 히트를 한적이 있다. 회사에서 눈 치우는 풍경도 같다. 단지 다른 점은 감독하는 이의 위치다. 예전에는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직위가 주로 감독을 했다면 지금은 그 반대로 역삼각형 구조가 되었다. 하위직일수록 떠받들고 살아야 한다.

     

    내가 그 나이때는 안그랬는데…. 내가 높은 사람만 되면 떠받들림을 받을 줄 알았는데…. 한 마디로 언감생심焉敢生心, 한 바탕 꿈이었다.

     

    요즘은 자기합리화에 능해져서 그저 내 걸음이 소걸음이라 세상을 못따라가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시어머니들만 층층이 생긴 요즈음이다.

     

    어쩌랴! 시절인연이 그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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