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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골(새잎 돋는 杜沖) 가버린 세월 모락모락 다시 피어 마당 가 동백잎을 차락차락 덮는다 골마루 굴곡진 세월 힘겹게 살다 간 아버지 가고 남긴 함몰(陷沒)은 오늘도 한 발 커지고 마당에 심어놓은 두충(杜沖)은 새잎 돋는데 골감이 익어가는 때 발돋움으로 따주던 그 가신 때 이즈음 ..
가마골(그리움 하나) 가을 들 나긋나긋 햇발 떨어져 마중 나온 볍씨에 금빛 관 씌우네 골바람 줄기 끝마다 살 오르는 한 철 가을 산 투닥투닥 밤톨 돋아나 마음에 틔우는 솔잎 같은 그리움 골 넘는 남녘 바람에 한 조각 태워 볼까나 -------------------------------------------------------------------------- ..
가마골(감 익는 마을) 가지마다 불 밝힌 15촉 붉은 알 전구 마실가는 아지매 발밑을 밝혀주누나 골짜기 산야 깊은 곳 감 익는 마을 하나 ---------------------------------------------------------------------------- 오늘이 음력 팔월 열하루... 달은 한창 제 몸을 불려가는 중이다. 한가위가 며칠 앞이다. 신문..
길소뜸(또 가을인가?) 길섶에 가락으로 늘어진 볕 살을 소담한 어깨로 떠받치고 서 있는 들국(野菊) 뜸마다 익는 가을 들, 물드는 치자 빛 길의 저 끝으로 달려가는 우리 소걸음 걷는 곁 화살로 스치는 세월 뜸들일 시간도 사치, 내일 없는 오늘 길의 구비마다 돌아보는 뒤란 소가지 좁은 ..
열대야 (코스모스) 열 구름 하늘에 바람 고랑 만들어 대숲 흔들어 조각난 소리 다듬다 야리고 하늘 한 허리, 비틀어 허공에 그린 마음 열어 내놓은 마음 가닿은 곳은 대거리로 울렁대는 파도의 산허리 야살한 숨결로 핀 꽃, 한 송이 하늘에 심다 註) -열 구름: 지나가는 구름, 行雲 -야살: 얄..
열대야-지리산 운무(雲霧) 열병熱病처럼 와서 한철 내내 단근질로 대지는 달구어진 채 모로 길게 누웠고 야들한 팔등신 위로 부드럽게 덮인 그림 한 폭 열망의 산하山河 쓰다듬어 재워줄 대장부 기상, 빠릿빠릿한 이 누구인가? 야하게 나신裸身 보일 때 헐떡이며 그 山 오를 이들 註)* 빠..
국정원 (콩물 한 병) 국도 변 묵정밭 두렁, 등 굽혀 키운 한 해 정 쏟고 가다듬어 오롯이 닷되 박 원두밭 두렁에 심은 昨年의 희망 한 줄 국자로 퍼담긴 쩜팔리터 하루가 정나미 떨어지는 여름 그늘 아래 오다 원래는 태양의 사리(舍利), 콩물이 되다 국민학교 그 시절 낡은 틈으로 튀어나온..
도라지꽃 국화밭 푸름이 넘쳐 햇발 돋우자 정갈한 쪽머리 하오(下午)가 물들어 원무(圓舞)에 겨운 춤사위 산골에 넘치다. ---------------------------------------------- 삼장법사가 손오공과 함께 천축으로 가는 길에 만난 불의 산이 내뿜는 열기가 이만 했을까요. 정수리에 쏟아지는 수십 양동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