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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국정원(도라지 꽃)/김대근
    삼행詩 2013. 8. 7. 20:32

    도라지꽃

     

    국화밭 푸름이 넘쳐 햇발 돋우자
    정갈한 쪽머리 하오(下午)가 물들어
    원무(圓舞)에 겨운 춤사위 산골에 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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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장법사가 손오공과 함께 천축으로 가는 길에 만난 불의 산이 내뿜는 열기가 이만 했을까요. 정수리에 쏟아지는 수십 양동이의 불덩이에 잠시만 움직여도 온 몸의 구멍이라는 구멍으로 땀이 줄줄 흐릅니다. 이상한건 그렇게 땀을 흘리면 몸에 땀이 말라버릴 법도 하건만 참도 줄기차게 흘러 내립니다. 현장 한 바퀴 돌고오면 속옷까지 젖어버려서 두 어 시간 자리를 보존하여 에어콘 바람에 말리곤 합니다. 여름이라는 계절의 특성이거니 포기하고 살지만 요즈음의 불볕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군요. 손을 호호불던 때가 얻그제 같은데 말이지요. 우리 민족이 세계 어디를 가서도 꿋꿋히 살아갈 수 있는 저력도 실상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뚜렷한 사계절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날씨라는 혹독한 환경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 온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니 더위도 또한 나를 단련시키는 좋은 학습도구라 여겨집니다. 그저 요즈음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염불처럼 되뇌이며 삽니다.

     

    워낙 오랫만에 삼행시방에 들렀더니 시제 출제 방법이 바뀌었군요. 그동안 출제자의 고충을 이해 합니다. 삼행시의 묘미가 출제자가 내거는 시제로 시심을 불태워 사리를 건지는 작업인데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하여 가장 많이 제목이 올라와 있는 "국정원"으로 한 수 지어봅니다. 삼행시의 시제로 정갈함은 떨어지는 것 같으나 이 또한 시인에게는 또 다른 재미라 여겨서 정서적으로 꾸며봅니다. 요즈음 국정원이 세간에 오르내리는 일이 많습니다. 그것이 다 본분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권력의 조준경을 허투루 꼬룬(조준) 때문이고, 종지에 말 술을 담으려 한 탓일 겁니다. 똥맛을 본 똥파리가 똥을 떠나 살 수 없겠지요. 옛시절이나 당금의 시절이나 권력은 늘 구릿한 내음을 풍기니까요.

     

    회사의 오너가 조경에 무척 정성을 쏟아 해당부서 직원들이 늘 시달리는 탓에 저 같이 호강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근데 어울리지 않게 사무실 앞 국화밭 조성해둔 곳에 바람에 날려왔는지 도라지 한 뿌리가 자라고 있더니 얼마전부터 보라색 꽃을 연방 피우고, 핀 만큼 시들리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일견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기는 하지만 조경사도 굳이 뽑으려 하지 않고 내버려 둡니다. 오가는 길, 도라지 한 뿌리가 주는 눈 재미가 제법 시원합니다. 이 염천(炎天)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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