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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대피소> 여름소경2024
    삼행詩 2024. 8. 10. 10:49

    삼행시<대피소> 여름小景2024

    배롱나무
    대로변 포도鋪道위 꽃 그림자 양산陽傘하나
    피곤해진 바람도 쉬어가는 나무밑
    소나기 한 웅큼 쏟아 꽃비가 내리다

    개망초
    대님 묶듯 갈무리된 백이십 년의 망향
    피눈물로 살아온 애니깽, 전설이 피다
    소갈증 이리 깊어서 낯빛조차 하얘졌네

    봉선화
    대롱 끝 세상을 등에 업고 조는 잠자리
    피둥피둥 살이 오른 어느 더운 여름날
    소쩍새 울음 한 덩이 분홍 꽃 잎에 맺히다

    옥수수수염
    대울타리 채마밭, 햇살도 선정禪定에 들고
    피라미 구름 흘러가는 서쪽엔 무엇이 있나
    소소한 샛바람 와서 빗질하는 옥수수수염

    벅수
    대숲아래 성황당 매달려 흔들리는 바램들
    피나무 그늘로 여름이 숨어들고
    소나무 피워낸 바람, 세월의 이끼로 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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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말의 자비도 망설임도 없이 내리쏟는 땡볕사이로 여름 하루가 허덕이며 지나간다. 인간이 간사하다는 것은 통용되는 상식이다. 여름에는 덥다고 난리고 겨울에는 춥다고 난리다. 고작 한 해 동안에 말이다.

    몇 해를 어림해보아도 기후가 이상하기는 하다. 그중 인간이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여름, 겨울 같은 계절의 변화일 것이다. 여름은 더워지고 겨울은 점점 짧아지는 것이 확연이 느껴진다는 것은 지구가 더워진다는 기후 학자들의 주장이 사실인듯 하다.

    사람들이야 추우면 온열기를 켜거나 더우면 에어콘 아래로 스며들면 견딜만 하다지만 식물들은 기후의 변화가 난감할 것이다. 식물들도 나름 적응을 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최근에 눈에 들어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식물중 하나가 '개망초'라는 녀석이다. 십여년 전만 하여도 가을꽃이라 생각되었던 녀석인데 지금은 육월과 칠월에 들판을 가득메우고 있다. 이제는 가을꽃이 아니라 여름꽃이 된 셈이다.

    언급한 김에 개망초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본디 불리던 이름은 '망초亡草'였다. 풀이름에 왜 망할 망자가 붙은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보는 낯선 이 식물이 꽃을 피워낸 때가 경술국치 무렵이었다. 나라가 망한후 꽃을 피우자 사람들은 망초亡草라는 이름을 줄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이꽃이 이나라에 들어온 것은 경술국치 이전 10여년이다. 그때 우리나라 최초로 북미北美대륙으로 이민선이 띄워졌고, 열심히만 하면 배곯는 일이 없고 돈도 솔찮게 모을수 있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이민선을 탔다. 그들은 북미에 도착하자 애니깽 농장에서 뼈가 부서지도록 노동에 시달렸다. 우리에게는 '애니깽'이라는 영화를 통해 고단했던 그들의 삶을 조망할 수 있었다. 약소국의 백성으로 태어난 그들의 운명이었지만 그들이 그 고통을 이기고 지금의 번듯한 이민자가 된것은 참 치하할만한 일이다.

    아뭏든 그때 이민선이 오갈때 실려온것이 망초였다. 처음에는 외래식물로서 적응기를 가졌다. 일반 초지에서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다보니 비로 무너져 내려 다른 식물이 없는 황량한 곳에서 삶을 시작했다. 그 기간이 십여년 걸린 것이었고 다른 식물들이 없는 맨땅에서 피어났으니 쉬이 사람들의 눈에 뜨였다.

    우리 말 중에 '개'는 좀은 비주류거나 비토의 대상이거나 나쁜것, 비슷하지만 참이 아닌 어떤것의 앞자리에 붙는 말이다. 엄혹한 시절에 이 외래종의 이름인 망초亡草에 '개'를 붙여 '개망초'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이 땅에 들어온지 백이 십여년된 이 녀석을 이제는 우리 식구로 받아들여 나물로 약재로 사용한다. 이제는 마치 토박이 식물처럼 군락을 이루어 우리의 눈길에 아우성을 보낸다.

    "나도 그럴듯한 이름을 갇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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