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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실개천>-능소화
    삼행詩 2024. 8. 14. 12:02

    삼행시<실개천>-능소화

     

    능소화

     

    실가지 끝마다 전설하나 오롯해

    개름뱅이 여름이 뭉기적 거리는 사이

    천 녹색 깊은 골짜기, 마음이 풍덩 빠지다

     

    실낱같은 바램을 부여잡고 산 세월

    개미취 옆자리 담 아래 삶을 심어 두고

    천만번 되뇌고 뇌어 그립다, 그립다…

     

    실바람 넘겨보는 황토색 담벼락

    개복숭아 가지 끝 여름땡볕 걸려있고

    千日에 기다림 쌓여 깊고 깊은 주홍빛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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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로마 신화속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가 불의 창을 마구 마구 쏟아내는 여름이다. 밤이라고 기온이 좀 떨어지지도 않는다. 거의 재앙수준이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다보니 냉방병이 염려될 정도인데, 가끔 현장에 나가보면 숨쉬기도 버거운데 현장 직원들의 노고게 감사함을 느낀다.
     
    휴일날 운동삼아 동네 나들이를 나섰다. 포도의 아스팔트가 담뿍 머금은 열기를 뿜어내니 인도로 걷는 것도 고역이다. 목적지까지 조금 둘러가더라도 차를 피해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돌과 황토로 쌓은 담벼락을 만난다. 도시에서 생경한 이런 풍경이라니...
     
    열기는 어디나 같다. 골목길에도 들숨과 날숨 사이의 그 짧은 공간의 공기마저 후덥하게 덥혀놓는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드니 하늘은 이미 가을이 깊어진듯 하다. 그만큼 청량한데 땅덩이에만 '프로메테우스'의 불창에 사정없이 내려꽂히는 중이다.
     
    황토벽 위를 능소화가 덮혀져 쪽 그늘을 만들고 있다. 이런날 잠깐의 피난처가 반갑다. 벽에 등을 붙이고 능소화 그늘에 몸을 숨기니 어디선가 실바람 한줄기가 불어온다. 입추 지난지 일주일째다. 실바람 사이에 어렴풋하게 한기가 섞여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사람은 속여도 계절은 못 속인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즈음에 피는 꽃의 최고는 능소화이다. 다소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의 발로일게다. 배롱나무도 요새 흐드러지지만 역시 능소화에 미치지 못한다.
     
    능소화는 관능이 넘치는 꽃이다. 중국이 원산이라고 한다. 이 꽃은 예전부터 양반집에 주로 심어져 있어서 일명 '양반꽃'으로 부르기도 했다. 과거에 급제하면 모자에 꽂아준다고 해서 '어사화'로 불리기도 한다.
     
    이 능소화에는 슬픈 정설이 있다. 중국 궁궐에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는데, 자태가 고왔던지 황제의 성은을 입게 되어 빈으로 봉해졌다. 그 이후 황제는 한번도 '소화'를 찾지 않았고 그리움에 지친 그녀는 숨을 거두게 된다. '소화'의 유언대로 궁궐의 담장밑에 묻혔는데 여태 본적없는 식물이 돋아나 담장을 타고 궁궐안을 들여다보듯 꽃을 피웠다.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황제를 보려는 '소화'의 넋이라 생각하고 '능소화'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무더운 여름, 관능의 꽃 '능소화'가 있어 심심한 하늘에 엑센트가 되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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