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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말감과 금이빨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8. 1. 7. 10:26

    아말감과 금이빨

     

                                                               김대근


    자라는 아이들은 자주 충치 치료를 필요로 하게 된다. 1년 전인가 둘째가 충치가 있어 병원에 간다기에 따라나섰는데 치료를 끝내고 충전을 해야 하는데 금으로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내가 아는 지식에 기대어 아말감을 주장했지만 아말감은 제일 싸구려 방식으로 수은중독을 운운하며 금으로 하기를 강권하다시피 하는 것이었다. 주변의 시선도 있고 아이의 체면도 있고 해서 중간쯤인 레진으로 합의를 했다.


    오늘 서울신문 (2008년 1월 7일) 류지영 기자의 보도를 보고 아말감이라는 특별한 금속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일부 교회에서 성령의 은총으로 일반 아말감 치아가 금니로 바뀐다는 ‘금이빨 선교’를 벌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금이빨 선교’란 은, 주석, 동 분말을 수은에 혼합해 경화시킨 아말감 치아를 이른바 ‘하나님의 능력’으로 금니로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신앙 간증의 한 형태로 1970년대 남미에서 처음 시작된 뒤 90년대 미국에 소개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이 거짓 사례를 찾아내면서 그 진위여부가 세계적 논란이 돼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선교의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 도입된 뒤 지난해까지 전국 800여 교회에서 시행되는 등 유행처럼 번지다가 사이비 논란이 거세지자 현재 공식적으로는 중단됐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는 새 신자 확보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납으로 금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연구에 매달리던 중세의 연금술사 같은 발상이다. 어쩌면 기적이 없는 메마른 영혼의 시대에 기적의 발현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아말감 치아가 어느 순간 금빛으로 번쩍여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간절함이 없어서 기적의 발현이 없는 것일까. 겨우 금이빨 하나 받자고 라는 질량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속물근성의 장애가 그 기적의 발현을 막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아말감의 주체가 되는 물질은 수은이라는 조금 특별한 금속인데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영하 39도에서 납이나 주석처럼 연한 고체로 언다. 유리를 적시거나 달라붙지 않아 온도계로 쓰이며 수은을 증기로 만들어 전기방전을 시키면 푸르스름한 빛을 내므로 형광등, 수은등에 이용한다. 이 상온에서 액체를 유지하는 물체를 금속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이 금속이 철을 제외한 모든 금속과 합금을 잘 만들기 때문인데 이렇게 수은이 다른 금속과 합금을 이룬 상태를 아말감이라고 한다. 수은의 이런 성질 때문에 과거 연금술의 시대에는 연금술사들로부터 가장 중요하게 대접받기도 했다.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을 채취할 때도 수은은 중요하게 사용되는데 금이나 은이 섞인 광석을 수은과 함께 잘 저으면 풀과 같이 걸죽한 액체의 수은 아말감이 생기는데, 가라앉힌 후에 이것을 증류하면 끓는점이 낮은 수은이 증기상태로 회수되고, 잔류물로서 귀금속이 분리되어 금이나 은의 미세한 입자들을 얻을 수 있다. 은이나 금, 팔라듐 등이 수은과 함금을 이룬 아말감은 천연에서 자주 발견된다. 자연 상태의 금덩이도 천연의 상태에서 수은과 아말감이 형성되었다가 점차로 또 다른 화학작용을 통해 수은이 빠져나가면서 금만 남은 경우가 많다.


    우리가 치과재료로 사용하는 아말감이라는 재료는 수은을 기본체로 하여 만든 합금이다. 성분을 보아도 50%가 수은이며, 35%의 은, 13%의 주석, 2%의 구리와 미량의 아연이 있어서 수은이 주재료임을 알 수 있다. 액체상태의 수은에 분말상태의 다른 금속을 섞어 반죽을 하면 원하는 형태로 만들기 쉽다. 그 다음에 굳히면 딱딱한 금속의상태가 되므로 치과재료로는 최적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 아말감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재료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의료수가가 적용되는 약이나 주사제, 의재료 등은 의사들에게 그다지 이윤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배척의 대상이 되는데 치과가 그중 가장 심하다고 할 것이다.


    수은으로 인한 인체의 피해가 다소 과장되어 전해지자 이를 이용하여 지나치게 수은에 대한 피해를 적시하며 비싼 금 같은 재료를 강권하는 치과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말감 상태로 굳어진 수은은 증기 상태로 휘발하지 않는다. 수은이 적출된다고 하여도 인체에 무해할 정도의 아주 미량이다. 실상 자연 상태에서 우리가 먹는 생선류나 야채류에도 미량의 유기수은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도 일부 치과에서 이윤을 위해 귀금속 재료를 강권한다는 것은 의료인의 자질의 부족을 의심해볼만 하다


    "전인 치과치료" 조심이라는 제목의 아말감 충전에 대한 전미보건사기대책협의회의 의견서에서 Stephen Barrett, M.D.가 기고한 글의 일부를 보면 아말감이라는 대중적 치과재료에 대한 의사들의 속임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1992년에 미국공중보건국(United States Public Health Service)은 광범위한 검토 끝에, 치과용 아말감의 사용을 제한하도록 권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998년에 미국치과의사협회 학술위원회(American Dental Association's Council on Scientific Affairs)는 1992년의 검토 이후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강조하면서 치과용 아말감의 안전성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그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수백만 명이 입안에 아말감 수복(修復 역주; 이를 치료하여 구조와 기능을 원래대로 유지하는 것. 충전과 같은 의미)을 하고 있고, 그에 더하여 수백만 명이 [썩은] 치아를 수복하는데 아말감 치료를 받을 것이다. 아말감은 치아의 수복에 오랜 기간 사용되었지만, 건강에 중요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징후는 없었다. 새로 개발된 기술에 의하여 아말감 수복에서 미량의 수은이 방출된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아말감 수복에서 나오는 그런 적은 양의 수은에 노출되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증명된 바는 없다. 활용 가능한 과학적 정보와 치과용 아말감의 확인된 이점을 고려할 때, 다른 과학적인 연구에 의해 다른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치과용 아말감의 사용을 중단할 정당성이 현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은-아말감 충전을 쓸데없이 제거하는 행위가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이라는 것이 미국치과의사협회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멀쩡한 충전을 제거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낭비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 특히 충전이 큰 경우는, 치아 자체를 잃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1985년에는 은 충전을 제거한 치과의사가 한 캘리포니아주 여성에게 10만 달러의 화해금을 지급하였습니다. 더마트론(Dermatron, 엉터리 전자진단 기구의 하나) 검사를 근거로 해서, 치과의사는 그 여자의 충전물 중 여섯 개가 대장에 "부담"이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치과의사는 다섯 개의 치아에서 충전물을 제거하다가 심각한 신경 손상을 일으켜서, 두 개의 치아에 근관치료를 하고 다른 치아 둘을 뽑아야만 했습니다. (2000/11/03) (번역: 한상율)


    오늘 날 수은이 얼마나 인류에게 유용하게 사용되는지 꼼꼼하게 생각해보면 수많은 분야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역할에 비해 수은이 받고 있는 오해 또한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혈액 속에 수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몇 배가 많이 농축되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약에 있다고 하는데 유기수은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밝혀진바 없다. 단지 무기수은의 피해는 명백하게 밝혀져 있으므로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일 년이면 몇 차례 뽑지 못한 사랑니가 며칠 전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치과에 들리면 의사는 또 뽑자고 할 것이다. 그리고 금으로 박아 넣자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파도 내 것이 좋다는 말로 거부한다. 실상은 이가 뽑히면서 가해질 고통의 시간이 더 겁나기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말로 이 상황을 미화한다.


    " 내 몸에 남은 마지막 사랑을 지키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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