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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群像 제2화 공간감각 상실 방송통신대학은 140학점이 되어야 졸업이 된다. 혼자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140 학점이란 만만한 점수는 아니다. 요령부득이었던 1학년 때 회사에서 급한 일로 도저히 기말고사에 응시하지 못해 펑크 난 과목이 3개나 되었다. 게다가 4학년 때도 긴급한 공사의 현..
삼행시는 승천할 수 있는가? 김대근 1. 들어가는 말 요즈음 TV 오락프로를 보면 연예인 끼리의 삼행시 대결이 자주 보인다. 그뿐 아니라 얼마전에는 모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토론을 하다말고 자신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사실 삼행시만큼 그 시대를 잘 대변하는 장르도 ..
32년 전에 읽었던 책- 대망(大望) 김 대 근 32년전 질풍노도의 사춘기에 읽었던 책이 있다. 한 권이 아니라 무려 22권으로 이루어진 전집이었다. 내 나이 오십,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좋은 일만큼이나 어렵고 험난한 일도 많았다. 술로 보냈던 젊은 날도 있었고 큰 병이 들어서 6개월간이나 병상에서 보냈..
<수필> 딸의 카운터펀치 김 대 근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밸런타인데이는 이래저래 초콜릿을 많이 먹게 된다. 사랑이라는 개념이 너무 흔해진 탓인지 특정한 여자와 남자간의 고백이 아니라 그냥 의례적으로 안면이 있으니 준다는 식으로 변해버린 것 같아 마음 한 곁이 영 찝찝하다...
<수필> 내 친구, 뻐꾸기 녀석 김 대 근 송홧가루 노랗게 날리는 5월이면 나를 찾아오는 친구가 셋 있다. 그들은 내 후각을 사정없이 자극해대는 아카시아 꽃, 철쭉마저도 떠나버린 빈자리를 차지하고 포스스 눈웃음을 날리는 찔레꽃, 그리고 마지막으로 근무시간 내내 간섭을 해대는 뻐꾸기 녀석이..
왼발을 세 번 구르고 김대근 안개 낀 고속도로를 달린다. 안개는 출발지에서부터 찰거머리처럼 붙어서 추풍령을 넘을 때까지 따라왔다. 가시거리 200미터의 고속도로는 짧게 스치는 상념들도 같이 달린다. 가시거리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이렇게 앞도 뒤도 모르면서 겨우 코앞에 보이는 것들..
욕심을 버리면… 김 대 근 요즘은 세상이 험해서 아파트 철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서면 세상은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작두다. 위태위태 걸어도 피를 말리는 날 선 작두다. 세월은 항상 우리들의 등을 떠민다. 작두 날 위에서 멈칫할라치면 어디서 숨었다 나타나는지 인정사정없이 우리들의 등을 떠밀..
벚나무 아래에서 김 대 근 봄에서 여름으로 또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이 아닌 요즘은 감각으로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이 둔해졌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환절기처럼 조석지변의 기후가 아니거나 하루가 다르게 피워내는 꽃들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여행으로 먼 길을 나설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