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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희망 안테나 김대근 한 달에 한 번 모여 한 가지 이야기로 집중되는 곳이 아마추어 무선을 취미로 하는 동호인들 모임이다. 요즈음 화제의 축인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도 대운하 이야기도 힘을 못 쓰고 그저 모이면 무전기와 안테나의 이야기가 화제의 전부를 이룬다. 누구는 며칠 전 미국하..
1박 2일 봄꽃여행記 김대근 어제라는 아날로그적 시간의 저 너머에 남겨둔 흔적이 5시에 알람으로 되살아났다. 식구들의 곤한 아침잠을 깨우지 않으려 고양이 걸음으로 여장을 꾸리는데 아내가 피곤이 가라앉지 않은 눈으로 일어나 두유에 선식을 타 준다. 아침잠을 깨운 미안함을 감추려 바닥이 완전..
마누라 김대근 나는 '마누라'라는 말을 잘 쓴다. 실제로 쓴다기 보다는 글에서 자주 적는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문학동호회 카페에 짧은 수필 하나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마누라'라는 낱말이 두 어 개 들어갔다. 문단의 중진급인 수필가 한 분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마누라는 비속어이므로 '아내'라..
<수필>실상과 허상 김대근 실상은 실제 우리 눈을 통해 존재하는 것을 말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허상은 없는 것을 있다고 믿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 실상과 허상은 하나의 개념이지 둘로 갈라질 수 없는 것이다. 실상도 없다면 허상 역시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허상이란 실상을 또 ..
사기꾼의 원형질 김 대 근 사기란 다른 사람을 현혹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일종의 범죄행위를 말한다. 물론 사기를 당하는 쪽이 타인일때 해당하는 말이기는 하다. 가령 전투기가 적의 미사일을 따돌리고자 금속가루를 공중에 뿌려서 자신을 감추는 기만행위 따위는 자신을 위한 행위이므로 사기..
나의 트라우마 '개' 지인을 만났다. 행사에 같이 참석하는 길이라 그의 차에 동승을 하기로 했다. 내가 먼저 도착을 해서 주차를 해두고 돌아서는데 그의 차가 도착을 했다. 조수석 문을 열다가 기겁을 하고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난데 없는 단말마적인 짖음이 백과사전 크기도 안돼는 강아지로 부..
말(言)의 수난記 군대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경상도 사나이가 군대를 가서 전방에 배치되었다.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서울 출신 군인이 보초를 서고 있는데 뭔가 앞에서 바스락 거리는 것이 아닌가. 긴장한 초병은 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방아쇠에 손을 걸고 깜깜한 앞을 보며 외쳤다. “설탕” “사분..
여자가 된 아이 작년 겨울 방학은 막내에게나 나에게나 특별했다. 이제 아이는 어린이로서는 마지막 방학을 보낸 셈이고 나는 이제 어린이날 선물 걱정에서 해방된 것이다. 추첨을 해서 정해지는 학교 배정에서 원하는 학교가 배정되지 않아 많이 속상해 하던 아이는 베란다에 화분을 보살피며 달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