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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이야기 회사 경비실 옆에 작은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다. 사람의 손에 개량된 나무가 아니고 회사 뒷편 산에서 옮겨다 심은 개살구 나무다. 살구는 따는 때를 잘 가늠해야 한다. 충분히 익지 않은 살구는 씨방 부근에 독이 있어서 오히려 해롭다. 주말을 보내고 출근해보니 가지마다 말끔하다. ..
아버지의 밭 (삼행시와 수필 하나) 물 냄새 골 넘어와 흐드러진 언덕 안개가 훑어간 산 그림자 가생이 개개비 휘젓는 하늘 얇게 저며지다 물푸레 길게 누워 키 늘린 하오(下午)의 끝 안간힘 버텨보지만 그럭 가고만 하루 개꽃은 밭둑에 서서 귀를 열었다 물지게 걸음마다 넌출대던 아버지 안쓰런 풍경..
떠나지 못하는 도시 덥다. 시내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폐기되었으나 걷어내지 않은 철길 건널목을 건너는데 철로에 바짝 붙여 심어놓은 보리를 걷어 타작을 하고 있다. 허리가 거의 90도로 굽은 노인이 혼자서 한 발 쯤 되는 막대기로 토닥 대고 있다. 아직 베지 않은 보리가 여기도 한 무더기 저기도..
달빛 스민 보퉁이 오늘 잠깐의 외출에서 두번이나 영구차를 지나쳤다. 운전을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왼발을 구르며 "나무지장보살"을 염했다. 사람이 죽으면 망자라 하고 그 망자의 새로운 영역을 관장하는 이는 불교에서 지장보살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종교가 인간의 눈으로 재단되고 바느질되어 ..
모내기 하는 날 누구집 부엌 숫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부락중심 농경에서 벗어 나지 못한 때가 있었다. 부락중심 농경 사회에서 개발붐을 붐을 타고 산업사회로 말을 갈아타던 시기였던 60년대 말에 나는 유년을 보내고 있었다. 4마지기 논은 근동에서는 소문 난 상답이었다. 골짜기를 타고 흐르..
딱 한번으로 그녀의 인생은 28일 동안 그웬(산드라 블록 분)은 유일한 가족인 언니의 결혼식에서 조차 술을 자제하지 못해 사고를 칠 정도로 심각한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다. 술에 취해 자신이 부셔버린 결혼식 케익을 사려고 4살짜리 조카를 태운 채 허니문 차를 몰고 가다가 큰 사고를 내고 법원으로..
소신공양(燒身供養) 소설속 이야기 같은 일이 또 일어 났다.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은 사람들에게 불가에서 전해져 내려온 소신공양이라는 독특한 수행법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속의 주인공은 학병으로 끌려갔다가 탈출하여 머물게된 사찰에서 금불각 부처상이 사실은 '만적'이라는 승려의 ..
벚꽃과 소나무 오늘 뉴스는 서울 여의도 윤증로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군항제로 유명한 진해나 인근의 마산에서는 벚꽃이 이미 지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포항을 다녀왔고 어제는 창원을 다녀왔다. 며칠새에 전국의 절반을 다녔다는 이야기다. 요즈음 나들이를 다녀보면 벚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