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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패션 피쉬 (Passion Fish,1992) 』/ 절주전문지 "건강생활"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10. 8. 6. 22:41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법 『패션 피쉬 (Passion Fish,1992) 』

     

    김 대 근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불행으로 인한 깜깜한 절망을 어떻게 딛고 일어서느냐가 관건이다. 이 영화는 그 방법으로 사람끼리 기대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절망을 맞서는 방업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당당하게 맞서기도 하고, 어떤 이는 회피하기도 한다. 회피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술'이다. 술은 현실을 잊게 해주지만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술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영혼마저도 술에 찌들어 중독자의 길을 걷는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자신은 술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 착각에서 벗어나야 중독의 늪을 빠져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충 다음과 같다. 상당한 인기를 누리던 탤런트 메이엘리스(May-Alice Culhane: 매리 맥도넬 분)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 된다. 고향인 루이지애나의 늪 지대로 돌아온 그녀는 절망 굴복하여 폭음으로 자신을 망쳐간다. 자신의 힘으로는 기본적인 생리작용조차 해결하지 못해 간병인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술주정과 괴팍한 그녀에게 붙어 있을 간병인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챈텔(Chantelle: 알프리 우다드 분)이라는 흑인 여성이 간병인으로 온다. 챈텔은 간병인 경험이 없는 초보로 그녀를 보살피는 일에 서툴지만 적응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메이는 챈텔의 보살핌에 계속적인 반항으로 일관한다. 어느 날 챈텔이 시내로 장보러 간 동안 메이는 휠체어에서 떨어지게 되고 아무리 노력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육체적 한계에 더 깊은 절망에 빠진다.

     

    챈텔은 집안의 모든 술을 버리고 메이의 재활을 시작한다. 집요한 챈텔의 정성에 메이도 조금씩 마음을 연다. 어느날 챈텔을 찾아온 남자로 부터 챈텔이 한때 마약 중독으로 절망의 밑바닥을 헤멘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메이는 챈텔에게 중독에서 벗어난 비결을 물으며 자신도 벗어 날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을 틔운다. 챈텔 역시 간병인으로서의 의무를 넘어 알콜 중독으로 절망상태에 있는 메이앨리스의 재활을 위해 애쓴다.

     

     

     

     

     

    메이의 집을 수리해주러 온 어린 시절의 친구인 레니(Rennie: 데이비드 스트라다이른 분)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그는 이미 아이가 다섯이나 달린 유부남이다. 그는 메이의 고장 난 보트를 자청해 수리한 후 메이와 챈텔을 태우고 마이저라는 섬으로 소풍을 나가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메이는 오랫만에 삶의 활기를 느끼고 레니에게 애정에 대한 기대를 가진다. 챈텔이 중독자였던 때 법원으로부터 양육권을 넘겨받아 손녀를 키우고 있던 챈텔의 아버지는 챈텔의 딸을 데리고 찾아온다. 챈텔은 딸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비로소 책임 있는 한 사람으로 자립하게 된다. 메이는 술을 대신하여 사진기를 잡는다. 주변의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아가며 점점 자신을 찾아간다. 그녀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한다.

     

     

    한 장애인이 자아를 긍정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외면적인 부분 외에도 이 영화는 약물중독, 위선적인 삶, 흑백갈등, 가족문제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혼재되어 전개되고 있다. 무겁다면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를 루지애나 주의 평화로운 호수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성공적으로 희석하고 있다. 영화의 후반부 사진을 찍거나 현상하면서 나름의 세계를 구현해가는 과정에서 중독의 치료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메세지는 사람은 누구나 나름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섬과 같은 존재이지만 고립될 경우 섬에 함몰되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의 소통을 통해 기대고 살아야 한다. 어떠한 경우든 고립은 인간을 죽이는 독과 같다.

     

    <절주 전문지 "건강생활" 2010년 여름호 수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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