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밤에는 동네애들이 누구네 사랑채에 모인다하면 반드시 스릴넘치는 놀이의 하나인 수박서리, 참외서리가 있게 마련이었다. 해가 어스럼해지면 모여서 놀다가 완전히 어두워지면 작전을 개시한다. 우리는 일단 2개조로 편성하여 일개조는 원두막에서 주인이 보이게 그 앞을 어슬렁 대면서 주..
계절에 상관없이 즐기는 놀이로 저학년때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고 조금 고학년이 되면서 자치기를 했었다. 계집아이들은 시차내기라는 놀이와 고무줄놀이를 주로 했는데 특히 고무줄은 스릴이 넘치는 잠깐의 청량제였다. 우리들은 뙤약볕아래 자치기로 몸이 달구어지면 개울로 달려가서 풍..
여름에 가장 흔한 것 하면 모기나 파리를 연상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구더기를 가장 흔한 것으로 꼽았다. 학교도 가정도 모두 수세식이 아닌 퍼세식 화장실이었고 특히 농사를 짓는 집 그 중에서도 밭농사에서는 하나의 큰 자원이었다. 화장실 앞에는 꼭 항아리가 하나 있게 마련이었는데 오줌은 그곳..
부산이 산업도시로 발전하면서 주변의 큰 동네였던 구포의 제일 큰 변화는 골짜기의 상류로 집들이 군데 군데 들어서 일년새에 대단위 취락이 형성되면서 계곡은 제 모습을 잃어 갔다. 그래도 물은 깨끗했지만 바께스 깨진 것, 옷가지들, 깡통등...별것들이 다 떠내려 왔다. 그 중에서 단연 우리들의 ..
수리관개시설이 부족하던 때인데 한달씩 가뭄이 들면 농사짓는 사람의 가슴도 같이 타들어 갔다. 그런 가뭄에 둑으로 갑자기 사람이 몰리는 때가 있었다. 그런때는 우리도 지체없이 구포둑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경북북부지방에 폭우가 내리면 며칠뒤에는 어김없이 구포 부근에 물이 불어 강을 가득 ..
여름은 활동의 계절이다. 놀이가 지천으로 늘려있는 왕성함이 늘 애들을 즐거움으로 내모는 푸르름의 계절이다. 학교의 교실은 선풍기가 없었다. 창문을 양쪽으로 열어놓으면 맞바람이 쳐서 교실은 늘 시원하였었다. 바닥은 밑에 공간이 있는 나무널판으로 되어있는 구조여서 습기도 없는 쾌적한 구..
우리집은 작지만 농사도 지었다. 서마지기의 논과 닷마지기의 밭이 전부였다. 식구가 늘면서 논에서 나오는 벼는 항상 모자랐고 그 벌충을 보리농사로 채웠다. 누렇게 보리가 익어가기 시작하면 모자를 눌러쓴 낯선 사람은 최우선 경계의 대상으로 동생들이 잠깐만 보이지 않아도 불안한 마음으로 온..
3학년 때였는데 그때는 1개학년이 3개반으로 되어있었다. 옆반을 맡고 계시던 선생님이 군대를 가게되어서 임시로 새로운 선생님이 한달정도를 기한으로 오셨는데 공부보다는 즐거운 얘기로 항상 웃음이 넘치는 교실을 만들어 우리는 공부보다 벽을 타고 전해오는 옆반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에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