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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이 말에 지금도 치를 떤다. 나는 어릴때..그러니까 한참 젖먹이일때 유난히 경끼를 많이 했다고 한다. 몸에 속열이 많았던지 유난히 경끼(驚氣-한문으로 쓰면 놀랄경에 기운기해서 경기라고 하지만 갱상도 발은은 경끼다..)를 자주 했다고 하는데 갓 시집와 첫 아이인 새댁이 캄캄한 야밤..
어릴쩍 겨울놀이의 별미는 역시 얼음위에서 노는 놀이 이상 가는게 없을 것이다. 얼음이 얼면 또 다른 세상이 열려 우리를 즐겁게 했다. 동네의 소류지(우리는 그곳을 폭포수라 불렀는데 자연폭포가 아니라 콘크리트로 만든 일종의 높은 보 였다)에 모여서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타고 놀았다. 대부분 ..
웬만한 시골이 다 그랬듯이 닷새마다 열리는 장날은 항상 들썩거렸다. 장날이 되면 멀리 만덕에 사는 촌수 먼 아재 얼굴도 낙동강 건너 대동에서 메추리 농장을 하던 외삼촌 뻘되는 마음씨 좋은 아재도 만날수 있는 날이다. 장이 파하는 즈음에는 구포둑 위로 석양이 물드는 때인데 이때 쯤에는 장에 ..
오늘은 아침부터 유난히 추워져서 이름뿐이던 겨울의 체면을 세우는듯 하다.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는데 열려진 창문틈으로 몰아치는 칼바람이 귀볼을 아릿하게 한다. 마지막 계단을 내려와서 무심코 바라본 구석에 누군가가 버리려고 놓아둔 고깃상자가 눈에 뜨인다. 어떤 고기가 담겼던 것인지 모..
내가 지금의 초등학교인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알람시계가 없었다. 그래도 항상 일정한 시간에 부모의 개입없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2가지의 요인 때문이였다. "째치구~욱...사이소...째치이~~꾸욱..." "탈~~ 탈~~~탈~~~" 매일 일정한 시간에 창호지 봉창을 발그레 달구는 햇살과 섞여서 전해지는 ..
사람에게 옛 기억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하고 생각 해볼 때가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미래는 예상만 될 뿐이고 따지면 실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사람의 머리속에 형상화되어 저장된것 전부가 과거인 것이다. 유년의 기억을 정리하다가 보면 자꾸만 옛기억들이 가지를 쳐서 마치 아..
딸랑~ 딸랑~ 외양간에서 소가 주기적으로 울려주는 목방울소리에 초겨울 밤이 깊어간다. 좀떨어진 신작로로 도락쿠가 지나가는지 둔탁한 엔진소리가 멀어져가면 가리늦게 개가 컹컹 짖어댄다. 외할배의 목침위에 책을 올리고 배를 깔고 있노라면 바닥이 절절 끓어서 아랫배을 따스하게 만들어서 1센..
며칠전 출장으로 진천을 가게되어서 진천문화원을 들렀다가 오랜만에 탈곡기를 보게되었다. 그동안 유년의 기억편을 만들어가면서 가을편을 마무리하고 난후에도 어쩌다가 만나는 작은 사물들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기억들이 간간히 있게 마련이다. 어쩌다보니 가을편을 졸속으로 마무리하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