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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유년기11 (여름5)
    유년의 기억 2006. 3. 28. 14:54

    계절에 상관없이 즐기는 놀이로 저학년때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고 조금
    고학년이 되면서 자치기를 했었다. 계집아이들은 시차내기라는 놀이와 고무줄놀이를
    주로 했는데 특히 고무줄은 스릴이 넘치는 잠깐의 청량제였다.


    우리들은 뙤약볕아래 자치기로 몸이 달구어지면 개울로 달려가서 풍덩하고 뛰어들어
    짜릿함을 즐기곤 했는데 하루는 해가 어스름할때까지 물속에 있다가 집에 가려고
    물에서 나오니 옷이 온데 간데 없어져 버렸다.
    조금 하류쪽으로 가니 신발 한짝만 수초에 걸려있는 것이었다. 언덕에 신발과 옷을
    같이 포개어 놓았더니 아마 미끄러져 내려와서 떠내려 간 모양이었다.


    불알을 덜렁거리면서 빨가벗은 몸으로 손으로 제일 중요한 부위만 대충가리고 집으로
    왔는데 이번에는 엄마의 매질이 이어졌다. 비싼 새옷을 잊어 버렸으니 그럴만했다.
    매질의 아픔보다도 빨가벗은 채로 집으로 오는 동안의 그 창피함이 더 오랬동안
    나를 괴롭혔다.


    여름에는 수박이 흔했다. 선풍기도 없던 시절이라서 등목을 하고 나서 먹는 수박화채
    의 맛은 무엇에 비길 바가 없었다.


    값은 생각이 나지를 않는데 아마 몇원이면 얼음을 사각으로 잘라주었다. 그러면 그걸
    사다가 바늘과 망치로 톡톡치면 아주 잘게 쪼개어 졌다. 커다란 양재기에다 수박살과
    얼음을 같이 넣어 섞고 설탕이나 사카린을 조금 넣으면 아주 맛있는 화채가 되었다.


    여름에는 항상 모기장을 쳤다. 밤에 수박화채를 먹고 나면 항상 잠들 무렵에는 오줌을
    누어야만 안심이 되었다. 방장(모기장의 사투리)을 들추고 오줌누러 갔다오면 그 틈으로
    한 두 마리의 모기가 들어오게 마련이었고 아침에는 너뎃 군데는 벌겋게 달아올라서
    벅벅 긁고는 했었다.


    그때의 모기약은 지금처럼 스프레이식이 아니라 병 입구에다 입으로 부는 뚜껑을 별도로
    붙여서 필요한 곳에다 입으로 불거나 손으로 살충제 치는 도구가 따로 있었다.


    한번은 아버지께서 미군들이 사용한다는 몸에 바르는 모기약을 구해오셨다. 몸에다가
    바른다는게 하도 신기해서 한쪽팔에만 바르고 일부러 모기장밖으로 팔을 내놓고 있다가
    잠이 들어버렸는데 아침에 보니 과연 한쪽 팔에는 모기가 전혀 물지를 않았었는데
    내놓은 팔사이의 틈으로 모기가 들어와 온 식구들이 모기에 왕창 물린적도 있었다.


    농사지어본 사람은 알겠는데 여름에는 또 하나의 전쟁이 있었다.
    그때는 수리관개시설이 별로 좋지를 못하여 서로의 논에 물을 대기위하여 거의 전쟁을
    벌리다시피 하였다. 우리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버지가 야간근무를 가시는 날에는
    국민학생이던 내가 논옆 제방에 머리 마련해둔 평상위에다가 모기장을 치고 물꼬를
    지키는 당번이 되어야 했다.


    집에는 어린동생들이 있어서 엄마는 집에 있어야만 했고 작은 농사라서 아버지는 계속
    회사를 다니셔야 했기 때문에 그나마의 농사라도 그 역할이 커서 물꼬는 곧 우리의
    생존과 같았기에 나라도 나설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가끔씩 물꼬싸움이 어른들간에
    나기도 하는데 심하면 사상자가 생겨 온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달도 없는 밤에 제방에 혼자서 있으면 대개는 잠이 잘 안온다. 원래 심약해서인지
    밤새도록 개굴 개굴 울어대던 개구리가 갑자기 뚝~하고 거칠때가 있는데 그러면
    온몸의 털이란 털이 다 곤두선다.


    그러면 벌떡 일어나서 이불로 몸을 둘둘싸고 웅크리고 앉아서 뚫어지게 어둠속을
    응시하고는 했다. 조금후 다시 개굴 개굴하고 개구리들이 울어대면 긴장이 풀어져
    단잠에 빠져들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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