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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유년기13 (가을1)
    유년의 기억 2006. 3. 28. 15:03

    가을은 기대와 기쁨과 절망이 늘 공존하는 계절이다.
    초 가을에는 벼의 튼실해져가는 나락을 매만지면서 수확의 결실을 가늠하면서 기대에
    들뜬다. 그러다가 추석을 전후해서 연례행사처럼 오는 외국사람의 이름이 붙은 태풍이
    그 기대를 여지없이 깔아뭉개어 버릴때는 거의 절망에 가까운 탄식을 하게 된다.


    태풍은 항상 비를 동반하게되고 무섭고 긴 밤이 지나고 논에 나가보면 벼들은 모두
    한쪽으로 여지없이 누워있다. 그래도 우리 논은 상답에 속하는 축이어서 그나마 나은데
    어떤 논은 거의 형체도 없이 자갈밭으로 변해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때는 온 동네가 씨끌해진다. 심지어는 비관해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사람도
    가끔 생겨서 모두를 가슴아프게 하기도 했다.


    그런 모진 태풍이 왔다 가고 나면 으레 군인들이 동네로 지원을 나왔고 피해가 심한
    논부터 우선이라서 우리는 식구가 모두 나서서 벼를 세우는 작업을 했다.
    한 번은 큰 태풍이 와서 지붕이 통째로 날아 가버려서 아버지가 찾아오기도 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집의 지붕은 종이에 골탕(타르를 이렇게 불렀다.)을 바른
    지붕이라서 날아 가버려도 다시 줏어와서 입히면 되었다.


    심한 태풍이 없는 해는 거의 풍년이 들었고 들에도 산에도 먹거리가 충분해서 우리를
    항상 즐겁게 했다.


    지금도 가끔 보기는 하는 어름이라는 야생열매가 지천으로 뒷산에 널려 있었고
    알이 작지만 아주 고소하고 달작한 토종밤하며 도깨비들이 먹는다는 깨암들이 넉넉히
    열리는 계절이라서 우리는 가을에는 주로 산으로 허대고 다녔다.


    가을 산을 누비는건 우리들뿐만이 아니라 땅꾼들도 한 몫을 했다. 봄과 여름내 먹거리
    가 충분한 계절을 보낸 뱀과 봄에 태어나 여름내 자란 뱀들이 겨울잠을 준비하기
    위해 마구 먹어 살이 통통해질 때라서 땅꾼들의 계절이기도 했다.


    요즈음은 그물을 경사로에 비스듬히 쳐서 새끼 어미 할것없이 마구잡이로 잡아대지만
    그때는 일일이 집게로 잡았었다. 새끼면 아예 잡지를 않고 내년을 기약하는 그때의 땅꾼은
    참으로 환경친화적인 존재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산이든 들이건 간에 뱀이 참으로 많았다. 오염이 덜된 탓이었으리라....


    우리는 가끔씩 소주 댓병의 빈병을 이용해서 대나무밭을 뒤지다보면 뱀을 잡을때도
    있는데 끝이 Y자 모양의 막대기로 머리쯤을 꽉 누른 다음에 병입구를 머리에 대고
    막대기를 놓으면 병안으로 쏘옥 들어간다.
    그러면 시장통 한약방에 들고가면 뱀에 따라서 어떤댄 15원..재수가 오랍지게 좋은날은
    50원정도를 쳐줄때도 있다.


    그때 구포에서 제일 큰 극장이 (겨우 두 개 있었지만) 입장료가 5원이였을때이니
    서너명이 어울려서 두어마리 잡으면 극장구경에다 군것질까지 넉넉하게 즐길 수 있어서
    가을에는 자주 얼려다녔다.


    한번은 친구 하나가 잡는 와중에 병입구를 가져다 뱀의 머리에 대야하는데 미처 대기도
    전에 막대를 놏쳐 버려서 손을 물렸는데 보건소에 데려가고 난리를 부린끝에 거의 한달을
    퉁퉁부은 팔로 다녀서 그때서야 우리는 뱀이 얼마나 무서운지 체험하게 되었다.


    그 후로는 그 무서운 놀이를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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