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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 다녀왔습니다. 풍천장어 꿈씰대는 미끌한 등짝같은 길을 따라 선운산 골짝바람 따스한 봄 선운사에 다녀왔습니다. 2005년 2월의 선운사에는 이제 막 싹튼 봄이 빤지러한 잎에 붙어있었습니다. 봉창너머로 잠깐씩 우리 할매 머리에 반짝이던 동백기름처럼 말입니다. 선운사에서 겨울은 번데기..
하늘과 눈 (무장기포지에서...)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지 이럴수는 없는 것이지. 백년도 더 지난 그때도 이곳에 뿌려진 그들의 피 서러움이 쟁여져 검푸르던 그들의 핏자죽도 지금처럼 하늘은 눈으로 덮어 버렸을까? 하늘은 늘 그들의 편이지 가진자에게 더 주고 착취자의 입술에 피를 발라주지. 하늘은..
돌아온 양봉업자 지구만 도는게 아니다. 잘난 지구만 빙글 빙글 어지럽게 도는게 아니다. 오늘은 돌아서 내년이 되고 작년은 돌고 돌아 오늘이 된다. 올해도 철길 건널목 너머 아카시아 열댓그루 숲 탈탈탈~ 비온 길 지나도 남지않는 자죽 낡은 타이어가 탈탈탈~ 사랑방 창호지를 넘던 외할배 해소기침..
실상사 여기 저기 발에 채이는 아무렇게나 제멋대로 뒹구는 작은 돌 그런 작은 돌에서도 나는 지리산의 전음(傳音)을 들었네. 천년의 세월을 승천하지 못한 그대로 보광전 댓돌에 하늘을 받친 석탑에 세월을 밝히는 석등에 연못에 비치는 나무에 늘러 붙어 있는 돌이끼들이 깨친 세월의 득음(得音)을 ..
草書(13) 사랑은 마음속 깊은 곳 그 곳에 꼭꼭 숨겨두는 것. 길을 걷다가 잠을 자다가 글을 쓰다가 오한처럼 외로움이 닥치면 뙤약볕 해변의 한 조각 그늘처럼 그렇게 쓸 수 있도록 사랑은 마음속 깊은 그곳에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겨두는 것. 될 수록 꼭꼭 숨겨서 가슴이 저미도록 그냥 두는 것.
보리밥 한 광주리 학교 파하고 속 쓰린 배로 집에 오면 어제처럼 오늘도 먹을게 없다. 그래도 다행인거는 옆집마당 우물이 찬물샘이라 반쯤 금이 간 하얀 사발에 쌀밥 대신에 빨간 기름 동동뜨는 고깃국 대신에 파란하늘이나 띄워서 단숨에 들이킨다. 동그란 철사의 포집망에 부지런히 거미줄을 엮으..
선인장 어릴때 였지요. 담장은 11살 소년의 눈 높이보다 한뼘이 더 있어서 아랫집에 세든 금자누나... 구포시장 다방에 나가던 그 금자누나가 세수하는 야리한 모습을 까치발로 가끔은 훔쳐보았었지요. 하루는 아마 이때쯤 되었을땐데.. 동네어귀에 벚나무 꽃피고 뒷동산 생강나무도 꽃필즈음 딱 지금..
草書(2) 鶴처럼 사는 건 어때! 너무 외로울 거야. 촛불처럼 활활 남김없이 타버리는 건 어때! 너무 아쉬울 거야. 금강처럼 딴딴히 뭉쳐 살면 어때! 너무 춥지 않을까. 물처럼 흐르며 사는 건 어때! 너무 서럽지 않을까. ********************************************************************************* 요즘 파일 정리중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