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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보리밥 한 광주리작은詩集 2006. 4. 28. 01:20보리밥 한 광주리
학교 파하고
속 쓰린 배로 집에 오면
어제처럼 오늘도
먹을게 없다.
그래도 다행인거는
옆집마당 우물이 찬물샘이라
반쯤 금이 간 하얀 사발에
쌀밥 대신에
빨간 기름 동동뜨는 고깃국 대신에
파란하늘이나 띄워서
단숨에 들이킨다.
동그란 철사의 포집망에
부지런히 거미줄을 엮으며
빠알간 고추 잠자리,
안먹어도 배부른
고추잠자리를 잡다가
속이 또 쓰려오면
설익은 땡감에 손이 간다.
대패밥 같은
땡감속살의 떫은 맛이
목구멍을 가득 채우고서야
갑자기 실에 묶인 잠자리가 불쌍하다.
등에다 입김을 호호 불어
석양에 물든 빨간 하늘로 보내고
짠한 슬픔안고 집으로 오면
서까래에 걸린 대나무 소쿠리,
그 곳으로 눈이 제일 먼저 간다.
소쿠리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날
없어도 하냥 좋았던 그 날,
보리밥 한 광주리의 그 행복이
귀밑머리 하얘진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참으로 행복했던 그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