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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왜 우는게야 네 이놈! 뒷산 뻐꾸기 오늘도 왜 우는 게야! 앞뜰 뒷뜰 온갖 꽃들 다 지워놓고 이산 저산 초록으로 버물러 놓은 놈이 달랑 감꽃 하나 피워 놓고 뻐꾹 뻐꾹 오늘도 왜 그리 울어대는 게야!
공단다방 미스봉 6월의 햇살은 터질듯 탱글하다. 장미다방. 메마른 쇳가루도 먼지가 되는 공단(工團) 도로 끝, 햇살도 갈곳 없어 돌아선 그 끝에 장미다방 미스봉 허벅지는 6월 햇살보다 탱글하다. 번들 번들 육욕(肉慾)의 탐심이 잇빨사이로 삐져나온 오전 8시 출근시간. 장미다방 빨간색 스티커 가로 ..
그녀 너는 언제까지 그럴거야. 내 가슴 후미진 한 곁 숨어 있는 파일로 그렇게 지낼거야. 나는 싫어 니가 쩜 제이피지의 단순한 그림파일인채로 남는 건 내가 너무 싫어. 내 가슴도 저장용량의 한계가 있거던. 그 흔한 백신도 없거던. 어느날 불현듯 "손상된 파일입니다! 지우시겠습니까?" 이런게 두려..
당항포에서 키 큰놈,작은 놈 몸통 굵은 놈,가는 놈 대갈 노란 놈 얼굴 하얀 놈 여기서는 땅에서 돋아난 온갖 것들 바다를 보고 있다. 우와아~ 소소소~ 여기서는 철따라 바뀌는 바람들도 바다를 보고 있다. 몽글 몽글, 둥실 둥실 벙싯한 구름 세상의 벽지같은 하늘도 여기서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지나..
일찍 만난 가을 길 나서 보니 알겠다. 아무리 달려도 늘 앞서 가는게 세월이란거 비로소 알겠다. 길 나서 보니 알겠다. 아무리 악쓰고 버텨도 제 갈길 꿋꿋히 가는게 세월이란거 뼈저려 알겠다. 길 나서 보니 알겠다. 흘러간 세월도 있다는 거 흐르는 세월도 있다는 거 흘러온 세월도 있다는 거 그 속에 ..
잠자리 한쌍 아하~ 정녕 부럽구나 그 뜨거운 정열이.. 나는 이 나이 먹도록 그 정열의 십분지 일, 아니 백분지 일도 못 가졌었구나. 부끄러운 일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사랑함에 있어서 뜨거운 정열 없었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7월은 뜨거운 계절이다. 바람도 숨이 막히는 정열로 가득한 세상이..
세월은.. 세월은 깊이다. 속 썩는 깊이 만큼 패여가는 주름살의 깊이가 세월이다. 세월은 넓이다. 지나간 세월의 넓이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오늘이라는 이름의 현실에 자꾸 자리를 내어준다. 세월은 明暗이다. 머문 순간이 길수록 흐려지는 게 세월이다. 짧은 것들은 또렷하게 가슴에 박힌다. 세월은..
현장소장의 하루 아침 7시 40분 동쪽으로 막 떠오던 햇발에 반짝이는 먼지들이 하루를 연다. 오전 8시 정각 안전벨트 매! 안전모 안써? 최씨! 박씨! 이쪽으로... 거기..좀 더..오른쪽으로... 씨팔~ 거...좀...똑바로 하쇼.. 아침 여덟시 현장 시작은 항상 피멍 든 악다구니다. 정오 회색빛 콘테이너 달구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