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덤(부제:지금이순간) 엄지와 검지를 힘주어 그으면 팟-하고 붙었다 꺼지는 성냥불같이 짧은 삶 그 삶들의 끝, 무덤. 그 속에서는 볼 수도 없으리라 말을 할 수도 없으리라 말 할 수도 없으리라 따스한 온기도 느끼지 못하리라. 짧은 삶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삶이란... 지금 말하라 사랑한다고 말..
사진관과 그녀 "자! 여기를 보시고~" "하나....둘...." 그리고 1초 번쩍하고 터지는 이층집 사진관 마그네슘 플레쉬. "그놈 참 똘망한 눈" 때문이라며 보여준 마그네슘 램프. 금간 보록쿠담 바람이 풀풀 새던 똥간 그 공간 채우던 30촉 전구같았다. 몽글 몽글 타래엿같은 마그네슘 가득찬 파아란 30촉 알 전..
첫눈 오는 날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 짧지 않은 세월동안 줄잡아 수천그릇 따슨 밥을 축 내고도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값, 치루지 못했습니다. 가진것도 별스레 없는 삶 서랍을 뒤적거려 찾아낸 숨겨둔 적금 통장들 이거나 쌀독의 바닥까지 긁어서 갚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호시탐탐 오른쪽 귓볼쯤에..
첫눈은 왜 오고 지랄이야. 삼년 넘게 앓아 누운 마누라 진액빠진 엉덩이 딱 고만한 배추밭. 끝물 배추 서른포기 골라 리어카에 싣고 온 溫陽場. 담배 한 개피 안피웠으면 장 끄트머리 애견센타 앞 예까지 밀리진 않았으리라. 제산제 한 포가 목젓을 탄다. 많이도 컷다고 하드만 기억속에선 영 자라지 않..
육봉화 은어(陸封化 銀魚) 찰나의 시간동안도 꿈을 잊지 마라. 순간 순간이 우리의 귓볼을 칼날처럼 스치고 지날때마다 꿈을 찾아 떠나라. 꿈을 잊으면 그 순간 바다를 망각한 슬픈 은어가 되리라. 그리움이란 가는자 그리고 오려는 자의 전유물이다. 바다를 상실한 은어는 그저 피라미에 불과하다. 살..
아우라지 가는 길 낡은 전동차에 끌려 세월의 무게만큼 무겁게 눈 바람 시린 산골 지나는 무궁화 객차 낡은 선반옆 스피커 낡았고 이따금 들리는 여객전무 쇳소리 몇배나 낡아있다. "여기는 증산역입니다. 아우라지 열차를 이용하실 분은 당역에서 갈아 타시기 바랍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한다. 우리 ..
주산지 겨울 주산지는 청송산 콧구멍 새참먹다 잠든 청송산 코고는 소리 소소소- 들려야 비로소 편안히 얼어 붙는다. 주산지 나무들은 청송산 콧털 겨울 청송산 코골때마다 행여 봄인가 들떠다 들떠다 애꿎은 얼름장만 갈라 놓는다. --------------------------------------------------------------- 김기덕 감독의 "봄..
모악산(母岳山) 에서 김 대 근 모악산 심원암 뒷길에 그림자 두개가 걷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파란하늘의 점처럼 빨간 감이된 나무밑으로 말입니다... 조릿대 잎사귀가 말했습니다. 오랫만에 왔구려! 내가 말햇습니다. 이곳에는 처음이라고 말입니다. 댓닢들 부비는 소리속으로 댓닢이 토해내는 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