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오는 날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 짧지 않은 세월동안 줄잡아 수천그릇 따슨 밥을 축 내고도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값, 치루지 못했습니다. 가진것도 별스레 없는 삶 서랍을 뒤적거려 찾아낸 숨겨둔 적금 통장들 이거나 쌀독의 바닥까지 긁어서 갚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호시탐탐 오른쪽 귓볼쯤..
육봉화 은어(陸封化 銀魚) 찰나의 시간동안도 꿈을 잊지 마라. 순간 순간이 우리의 귓볼을 칼날처럼 스치고 지날때마다 꿈을 찾아 떠나라. 꿈을 잊으면 그 순간 바다를 망각한 슬픈 은어가 되리라. 그리움이란 가는자 그리고 오려는 자의 전유물이다. 바다를 상실한 은어는 그저 피라미에 불과하다. 살..
잊어버린 약속들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젊었던 날의 추억이기에 이제는 만나서 어쩌랴 싶어서 이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이유로 연락처가 없다는 이유로 아침 저녁으로 우리들을 스쳐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잠깐동안 기억에서 멀어져 버린 그런곳의 어딘..
아우라지 가는 길 낡은 전동차에 끌려 세월의 무게만큼 무겁게 눈 바람 시린 산골 지나는 무궁화 객차 낡은 선반옆 스피커 낡았고 이따금 들리는 여객전무 쇳소리 몇배나 낡아있다. "여기는 증산역입니다. 아우라지 열차를 이용하실 분은 당역에서 갈아 타시기 바랍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한다. 우리 ..
산다는 것,죽는다는 것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생각해보니 쉽지가 않구나. 하룻살이처럼 우리도 하루중에 태어나 어느 하루중에 죽을 것이다. 하룻살이 하루가 우리 하루와 다른 것일까 그것은 단지 단수와 복수의 차이일 뿐 어쩌면 하룻살이 하루가 순금이라면 우리들 하루는 마구 퍼질러 싸놓은 돼..
야간열차의 두 남자 그냥 어느해 어느날 몇시쯤이라 하자. 시덥잖은 우리들의 일상이 아닌가. 포항발 서울행 새마을호 7호차 33호석 표 한장으로 두사람이 동석을 했다. 마흔의 가운데 잘라 먹고도 오십 넘보는 세월에 찌든 중년의 남자와 또 그만큼의 나이를 먹은 중년의 남자가 나란히 앉아서 공간을..
시간 건너뛰기 까르륵 까륵... 세상 끝인듯한 소리로 태엽이 감기던 세이코 괘종 시계 아버지의 아침은 나비 모양 쇠붙이로 태엽을 감아야 열리곤 했다. 아버지가 며칠 들어 눕던 날 아버지가 다니던 밀가루 공장 핏발선 눈으로 파업한다며 몇날 집 비우던 날 아버지의 청춘 값 네마지기 논 타는 가뭄..
겨울 주산지 주산지는 청송산 콧구멍 새참먹다 잠든 청송산 코고는 소리 소소소- 들려야 비로소 편안히 얼어 붙는다. 주산지 나무들은 청송산 콧털 겨울 청송산 코골때마다 행여 봄인가 들떠다 들떠다 애꿎은 얼름장만 갈라 놓는다. --------------------------------------------------------------- 김기덕 감독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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